경북경찰청이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해병대와 국방부의 조사 결과를 최종적으로 이첩 받은 것은 2023년 8월 25일입니다. 해병대 수사단이 8월 2일 최초 이첩한 수사 자료는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일사불란한 회수 작전으로 경북경찰청이 당일 다시 내줍니다. 이후 국방부 조사본부가 수사 자료를 재검토해 다시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것이 8월 24일이었고 이튿날 경북경찰청은 공식적으로 이첩 접수를 기록합니다. 이때부터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정식으로 시작되는 셈입니다.
그로부터 무려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의 당시 상황과 내용은 이미 온 국민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사건 혐의자가 누구인지도 기본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관련자들을 불러서 조사해 사실 관계를 재구성하고 책임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1년 전 사건 당시부터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니 통상 사건보다 처리가 빨라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채 상병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의 적법한 수사 결과를 뒤집는 윗선의 외압 의혹이 사건 자체 만큼이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윗선이 외압을 행사하기로 작정했다면 해병대와 국방부에만 했을까요. 경찰은 자유롭게 수사하도록 놔뒀을까요.
경북경찰청은 1년 전 사건을 접수한 전후 시기부터 움직임이 정상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서류가 회수된 다음 날인 8월 3일 해병대 수사관이 역시 해병대 출신인 것으로 보이는 경북경찰청 수사팀장과 나눈 전화 대화입니다. 수사관은 당시 집단항명수괴죄 혐의로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이 보임해직되고 수사단이 국방부 검찰단의 압수수색까지 받고 있다며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아까운 해병대원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니 제대로 수사해 달라고 울분을 토로합니다. 이에 대해 수사팀장은 제대로 수사하겠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고 울면서 대답합니다.
그러나 경북경찰청 수사 실무자의 이런 태도와는 달리 경북경찰청은 국방부 검찰단이 이첩된 서류를 가지러 오자 순순히 내눴고, 그 자료를 해병대로 공식적으로 반송하는 처리는 20여일이나 지난 23일에 합니다. 게다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이첩이 완료된 직후 해병대 수사단이 공식으로 반송 받은 서류를 29일 재이첩했는데 경북경찰청은 일주일 뒤인 9월 5일 이를 재반송하고 맙니다.
최주원 당시 경북경찰청장(현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은 최근 노컷뉴스 취재에 "당시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지만 '관례와 규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하라'고 했고 그 외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노규호 전 경북경찰청 수사부장(현 경기북부청 수사부장)은 "해당 공문을 어떻게 처리할 지 국방부와 군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며 "한 달쯤 뒤에 회신이 와서 그대로 처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채 상병 사건 관련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했답니다.
회수 당시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경북경찰청과 통화해서 서류를 넘겨주도록 요청합니다. 그 통화가 있기 전 대통령실에서 경찰 쪽에서 전화가 올 거라는 연락도 받았다고 최근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증언했습니다. 대통령실이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를 움직여 해병대 수사단의 이첩 서류를 다시 가져온 정황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경북경찰청이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것은 없었을지 몰라도 그 수족이 되어 움직인 기관이 원하는 대로 했다면 대통령실 전화가 없었다고 발뺌하는 걸로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관례와 규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된 걸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이미 공수처가 수사 중입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채상병 사건은) 절차에 따라 수사가 진행됐고 충분히 다수의 관련자를 수사했기 때문에 사실관계 (수사)는 거의 마무리 됐다"며 "앞으로 사법처리 대상자별로 세부적인 적용 법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피의자들에 대한 혐의를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 우 본부장은 "외부 전문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서 법률 적용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도록 하고, 조만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과연,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임성근은 쏙 빼고 대대장만 기소하는 것으로 나올까요. 그랬을때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경찰이 감당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임성근도 책임이 있다고 같이 기소하는 판단을 내릴까요. 그럼 임성근을 구명하려고 난리법석을 떨었던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뭐가 되는 걸까요. 경북경찰청 수사 결과 발표가 이번 사건의 또다른 전환점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