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특검법 관련하여 통신기록들이 보존기한(1년)이 지나기 전에 확보할 수 있냐는 우려가 계속 되어 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대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김정민 변호사가 12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혔다. 인터뷰 내용 중 주요 사항만 정리해 본다.
―확인되는 사실들에 비춰 이 사건의 본질은 뭐라고 보나?
“대통령의 너무나도 명백하고 노골적인 수사 개입이다.”
―처음으로 돌아가보면, 박 단장은 왜 경찰 이첩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나?
“사실은 박 단장 혼자의 결정이 아니고 해병대 수사단 수뇌부의 결정이라고 봐야 정확하다. 7월31일 17시경에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대통령 격노에 대한) 충격적 내용을 듣고 내려와서 박 단장이 수사단 서열 2·3위인 중수대장, 1광수대장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가 ‘이건 안 된다, 만약 대통령실 요구에 따라 이첩 대상자를 변경하면 직권남용이 될 소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었다. 그때 나왔던 얘기들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사건 당시)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수사 방해로) 처벌 받은 사례였다. 그래서 다시 건의를 했고 그 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박 단장이 ‘결국 원래 계획대로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해서 8월2일 이첩을 강행한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한 일이 그런 것 아닌가?
“바로 그거다. 대통령의 섣부른 판단이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는데, ‘이런 일’이 뭔지 알기는 했나. 임성근 사단장의 잘못이 무엇인지 본인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임 사단장의 혐의가 뭔지는 윗선에 세세하게 보고되지도 않았다. 장관한테는 큰 그림만 보고한다. (구체적 혐의를) 장관이 판단할 일도 아니다. 대통령도 전혀 개입할 권한이 없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해가지고 이 사단을 벌이고 있다. 국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돼 버린 사건이다. 의사가 대통령이 되면 국립대학병원에서 벌어지는 수술에 다 들어가서 메스를 대야 하나. 대통령은 고차원적인 정책 판단을 하는 자리다. 왜 법리 판단을 하나. 법적 판단은 수사단장이 하는 일이다.”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할 주요 대목은 무엇인가?
“가장 밝히기 힘들고 또 가장 괴로운 지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이 사태가 왜 시작됐느냐’다. 대통령이 개입한 건 분명한데 왜 개입했는지가 안 나오고 있다. 비선 개입설이 팽배해 있다. 그런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사단장을 챙기고자 하는 확실한 징후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장관이 갑자기 (사단장) 휴가 조치를 지시하고 그것이 이행되는지 체크하는 현상이랄지, 그다음에 이첩이 강행된 직후에 벌어졌던 기록 탈취 행동이랄지 이런 것들은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박정훈 단장 항명 입건이 자연스러운 판단이었냐, 아니면 거기에 직접적으로 대통령이 개입돼 있느냐’다. 이 파장은 굉장히 클 것이다.
(대통령실이) 너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된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해서 9달 동안 대통령 격노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 9달 만에 증거가 나오니까 이제서야 인정을 했다. 그러고도 얼마든지 수습하고 사태를 완화시킬 방법이 있는데 계속 극한의 대립으로만 가고 있다. 왜 대통령이 스스로 잘못을 적절한 때에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가느냐, 이건 감추고자 하는 비밀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 비밀의 핵심은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이 사태가) 대통령 스스로의 생각이 아니라 로비에 의해 발단됐느냐, 또 하나는 8월2일 이첩 강행 이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박 단장 제거 작전을 한 것 아니냐, 이 두 가지가 밝혀지면 정권의 존립 자체를 뿌리째 흔들어버리니 밝힐 수 없는 것이라고 본다.”
―통신기록들을 보존기한(1년)이 지나기 전에 확보할 수 있냐는 우려도 있는데.
“그건 공수처가 100% 확보했다. 걱정 안 해도 된다.”
―이종섭 장관 등의 통신기록도 재판 과정에서 받아내 공개한 것인데, 추가로 공개될 자료가 있나?
“많이 있다. 윤 대통령,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임성근 사단장 등의 통신기록 조회를 신청했다. 군검찰이 우리한테 (이첩 보류) 명령의 위법성을 입증해야 된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있으니 우리가 입증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용산이 전부 다 벌떼처럼 나서가지고 관련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안보실장, 안보실 1·2차장, 공직기강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이에 많은 통화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굉장히 예민한 시기들에 통화를 했다. 박 단장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그즈음, 그런저런 시점에 다 통화를 했기 때문에 이들 간의 커넥션이 다 밝혀지면 거대한 게이트 사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