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소속 부대장인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은 자신의 책임을 여전히 대대장들에게 떠밀고 있지만 해병대 수사는 물론이고 이를 재조사한 국방부 조사본부에서도 임 사단장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정황이 잇따라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지난해 8월 24일 경북경찰청에 사건 조사 기록을 최종 이첩할 때는 혐의자에 임 사단장 이름은 빠져있었습니다. 이런 결과과 대통령실의 외압에 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중입니다.
중앙일보 6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9일 채 상병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맡게 된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 필요성을 검토했다고 합니다. 당초 조사본부는 채 상병 사망과 관련 임 전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개연성이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는데,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에선 “구체적으로 혐의가 인정되는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특정해 경찰에 이첩하라”는 의견을 제시하며 혐의 적용 대상에 이견을 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조사본부는 임 전 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면서도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경찰 수사를 촉구할 우회로로 직권남용죄를 택했다는 겁니다. 조사본부는 이같은 결론을 사건 인계서에 담아 지난해 8월 24일 경북경찰청에 재이첩했다고 합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사건 인계서에서 대대장 2명의 과실치사 혐의 정황 이외에도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선 직권남용 정황과 관련된 경찰의 수사 필요성을 별도로 정리했다고 합니다. 당시 해병대의 실종자 수색은 작전통제권이 육군에 넘어간 상황이었는데, 임 전 사단장이 현장지도를 통해 구체적 수색방법을 지시한 것이 채 상병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알리기 위한 조치입니다.
한겨레 6월 13일 보도에서는 지난해 8월 24일 조사본부가 경북청에 보낸 사건 기록에는 임 전 사단장 등 6명의 주민자료 조회 결과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6명은 사건 당시 하급 간부 2명을 뺀 나머지 관련자들로, 주민자료에는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주소 △등록기준지 등 경찰이 피의자로 입건할 때 필요한 정보들이 담깁니다.
이런 행위는 조사본부가 재검토 과정에서 6명을 혐의자로 봤다는 사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습니다. 조사본부는 군 내 경찰 조직으로, 이른바 ‘3대 이첩 범죄’에 속하는 채 상병 사건 같은 군 내 사망 사건을 입건할 권한이 없고, 초동 수사를 하면 민간경찰이 이를 이어받아 수사를 합니다. 기록만 검토했던 조사본부가 사건 관련자들 가운데 6명의 주민조회 결과를 경북청에 보낸 것은, 해당 인물들을 혐의자로 보고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군 수사 경험이 많은 법조인들의 공통된 시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