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위장하고 등장하는 공무원이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행안위원장과 여러 위원들이 마스크를 벗으라고 거듭 지적하는데도 이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행안위 출석 때에는 이 때문에 퇴장을 당하기도 했는데 7월 11일 회의에 출석해서도 요지부동입니다.
마스크의 주인공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 조사1국장 황인수입니다. 국정원 대공수사 3급 간부 출신이라고 합니다.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위원장은 황인수 국장에 대해 질의하기 전에 마스크를 벗어주도록 요구합니다.
"우선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은 마스크를 쓰고 출석하신 조사1국장께서 벗지 못하겠다는 이유를 저희 국회가 용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보지 못했다. 조사1국장은 공개적인 공무를 수행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 공개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충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짚고자 한다.
지속적으로 본인의 신분 노출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방금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조사1국장 얼굴이 담긴 한겨레신문 기사입니다. 본인 사진 맞죠?
일반 언론에는 다 공개된 문제를 가지고 대의기관인 국회에 와서 마스크를 벗지 못하겠다 굉장히 난센스 아니에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이미 본인의 신분이나 얼굴이 다 노출이 돼 있고 앞으로도 공무를 수행하면서 본인의 신분, 얼굴을 포함한 모든 활동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하물며 국회에 와서 발언대에서 그렇게 답변을 하겠다는 공무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마스크를 벗고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실 것을 명합니다."
그러나 황인수는 이를 거부했습니다.
"저를 도와줬던 제3자의 재산적, 신체적...그 부분은 다른 언론들은 양해를 구해서 다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만 유독 보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 향후 법적 책임은 한겨레신문이 져야 할 것입니다."
이 사람은 국정원에서 무슨 활동을 했길래 자신의 얼굴이 공개되면 피해를 볼 사람들이 있다고 말할까요. 그리고 그런 처지라면 왜 진실화해위원회에서 공개적인 활동은 하고 있는 걸까요.
그의 얼굴 사진이 실린 지난 4월의 한겨레 기사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6월 위원회 활동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자료협조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황인수를 채용했다고 합니다. 국정원에서 30년 가까이 일하며 쌓은 네트워크로 진실화해위 조사과정에서 필요한 국정원 관련 자료를 원활하게 협조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황인수는 부임 뒤 ‘여기 와보니 국정원이 보유한 자료보다 위원회가 가진 자료가 훨씬 많고 양질인데 무슨 국정원에 자료요청을 하느냐’는 말을 공공연히 했다고 합니다.실제로 진실화해위에서 한국전쟁기 사건을 다루는 조사1국의 국정원 자료협조 건수는 0이라고 합니다. 게다가 황인수는 ‘(한국전쟁기 희생사건) 유가족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말을 조사관 대상 교육 때 수시로 해왔다고도 합니다.
국정원 출신의 진실화해위 직원 채용과 관련해서는 ‘국정원의 전신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가해 집단 중 하나인 방첩대(CIC)인데 가해 기관과 연루된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한겨레 기사는 "진실화해위는 국정원 정체성을 못 버린 사람이 오기에 마땅한 자리가 아니다. 김광동 위원장은 기를 쓰고 그런 이를 자리에 앉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행안위에서 김성회 의원이 지난해 10월 황인수가 조사1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깜짝 놀랄 발언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진실화해위 1기에서 간첩 조작 사건이라고 재심을 요청해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난 진도간첩단 사건에 대한 발언인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근데 간첩을 한 거는 맞거든. 그럼 나는 2007년(진실화해위가 재심 판정할 해)에 간첩한 거는 맞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여기 오고 싶었고 그때 당시에. 2007년도에 1기 파견 나오고 싶었거든요. 근데 제가 직급이 너무 높아가지고 그때 당시에 못 왔어요. 여기는 5급 사무관이나 6급 파견이 나오니까. 그래서 제 뜻을 못 폈죠. 그러다가 2021년 이제 1국장을 뽑는다고 해서 응시를 한 거예요. 이거는 제가 입사 지원 응시원서에도 썼었고, 면접 볼 때도 했던 이야기입니다. 진도간첩단 사건, 고문으로 조작, 재심 끝 무죄 이렇게 되잖아요. 과거사 관련해가지고는 절차적 문제 때문에 이제 다 무죄가 권고되잖아요. 조작은 아니거든요. 그 내용이"
황인수는 어이 없게도 고문으로 조작된 간첩 사건이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났는데 그들은 간첩이었다는 주장을 하려고 진실화해위로 왔다는 얘기입니다. 응시원서에도, 면접 때에도 지원 의도를 이야기했다는데 채용한 진실화해위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기관인가요. 말문이 막힐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