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석유개발회사이자 문재인 정부에서 영일만 일대 심해 탐사를 진행해왔던 '우드사이드'가 이 사업이 "더 이상 가망없다고 생각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2022년 하반기에 아예 탐사 개발 사업에서 철수했다고 시사IN이 6월 5일 보도했습니다. 우드사이드는 호주 최대의 에너지 기업이자 원유 탐사, 시추 전문업체로 1954년 설립돼 호주 퍼스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임직원이 4,0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우드사이드는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2023년 반기 보고서에서 "탐사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여 더 이상 가망없는 광구를 퇴출시켰다. 여기에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심해 5광구에서 철수하기로 한 결정과 캐나다, 대한민국, 미얀마 A-6광구 공식 철수 완료가 포함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우드사이드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영일만 일대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 지역을 탐사해온 것은 2007년부터라고 합니다. 정부 정보공개포털에서는 2023년 1월에 한국석유공사가 올린 우드사이드와 계약 해지 및 우드사이드 지분 전량 인수 관련 정보가 내용 비공개로 등록되어 있어 자신들이 밝힌 철수 계획대로 이 시기 영일만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뒤 한국석유공사는 이 광구의 단독 운영권자가 되어 지난해 2월 미국의 지질 탐사 컨설팅 및 교육 회사이며 사실상 1인 기업으로 보이는 액트지오를 분석 업체로 선정했습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한 시사IN 해석에 따르면 액트지오가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자료는 우드사이드가 탐사에 참여하던 시절 생산된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액트지오가 지난해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면 오로지 우드사이드가 생산한 측정 자료에만 의존한 분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그런 조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사업을 맡고 1년 만에 액트지오는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고 정부는 설명합니다. 대통령은 이 결과에 대해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 검증도 거쳤"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액트지오를 운영하는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는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아직 (석유와 가스를) 발견한 것은 아니다. 올해 말에 심해에 시추공을 뚫어서 평가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매장량을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하고 발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는 대통령 발표와 사뭇 결이 다릅니다.
게다가 한국일보 보도를 보면 정부와 석유공사가 액트지오의 분석 결과를 국내외 전문가들에게 자문했을 때도 '현재로선 정확한 매장 여부 및 매장량을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합니다. "정부가 국내외 전문가 자문단으로 구성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는 '중립' 의견을 내거나 '정확한 매장량 등은 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입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세계적 원유 탐사 시추 기업이 15년 진행해온 사업을 가망없다고 접자마자 그 자료를 토대로 1인 지질 탐사 컨설팅 기업이 1년 만에 어마어마한 석유와 가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정반대 분석을 내놓았는데, 이를 접한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글쎄요" "뚫어봐야 알겠지요"라고 하는데도 정부는 심지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공개적으로 대국민 보고까지 한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