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 수준의 갈등과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7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진행된 4차 방송토론에서 공소 취소 청탁 주장을 해서 주목 받고 있습니다. 나경원 후보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후 법무부 장관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고 한 후보가 주장한 겁니다.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한동훈 “나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부탁하신 적이 있으시죠? 저는 거기에 대해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
나경원 “그거는 구체적 사건이 아니라요”
한동훈 “본인 사건이잖아요”
나경원 “그것은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의 문제” “저의 유불리는 중요하지 않다”
나경원 후보는 토론 후 소셜미디어에 “(한 후보가)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공소문제는 대한민국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정치의 사법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차원에서 했던 충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한 후보가) 자기 정치 욕심을 위해 교묘하게 비틀고 있다”며 “이것이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아니면 자기만 위해 당이 무너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사람의 모습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훈이 언급한 패스트트랙 사건이란 2019년 4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주도로 공수처 설치법안, 선거제 개편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에 벌어진 물리적 충돌을 말합니다.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이후 사라졌던 국회 내 물리적 충돌이 7년 만에 발생해 당시 큰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나경원 후보는 공사장에서 대못을 뺄 때 쓰는 빠루를 든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돼 논란이 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근 채 국회 본청 7층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자 이를 열기 위해 장도리, 망치와 함께 동원된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한국당은 빠루가 “민주당이 의안과 문을 부수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도 모자라 나 당시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 직접 빠루를 가지고 오기까지 했습니다. 당시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인지 국회 방호과인지가 국회 본관 7층에서 문을 부수기 위해 갖고 온 것을 저희가 뺏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나 원내대표는 빠루를 치켜들고 "대한민국이 북한이냐. 법안에 찬성하는 사람만 투표할 때까지 계속 의원을 바꿔도 되느냐"면서 “의회 쿠데타이고 의회 폭거다, 저희는 그 폭거에 맞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가져온 게 아니라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020년 1월 여야 의원들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는데 자유한국당에선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황교안 당시 당대표 등 16명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고, 의원 10명 등 11명이 약식기소됐습니다. 민주당에서도 8명이 재판에 넘겨져 2명이 약식기소됐습니다. 재판은 의원들의 회기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1심 심리가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