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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박정훈 대령이 육성으로 밝힌 그날 상황

by gambaru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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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을 적법한 권한과 절차에 따라 수사해 경찰에 이첩했다가 하루아침에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 출석해 외압 당시 상황을 육성으로 증언했습니다. 아래  내용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 7월 19일 한 해병 병사가 순직하였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채수근 상병입니다.

사고 발생 즉시 저는 해병대 수사단 소속 수사관들과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혼신을 다해 수사를 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수사단에서는 수사 결과를 해군 수사단 및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고하고 관련 사건 기록 일체를 관할 경북경찰청으로 넘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해병대 사령관은 1사단장 보직 교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그에 앞서 저에게 수사 결과를 직접 총장 및 장관께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7월 30일 16시 30분 경 장관 보고시 제가 먼저 수사 결과를 보고하고 당시 배석하였던 모든 인원들이 밖으로 나간 후 약 15분 간 사령관이 장관을 독대하면서 사단장 후속 인사 등에 대하여 보고하였습니다. 보고는 순조롭게 마쳤고 이제 절차대로 언론 브리핑, 사건 서류 이첩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7월 31일 12시 경 장관 보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언론 브리핑이 취소되고,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저에게 전화하여 사건 인계서를 보내라, 죄명·혐의자·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마라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였습니다. 사령관 역시 혼란스러워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같은 날 17시 경 사령관이 저를 집무실로 불렀습니다. 제가 사령관에게 물었습니다. 도대체 국방부가 왜 그러는 것입니까. 사령관은 저에게 오늘 오전 11시 경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방비서관으로부터 1사단 사망 사고 관련 보고를 받으면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이 국방과 관련하여 이렇게 화를 낸 적이 없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령관에게 대통령께서 잘못 보고 받으신 것 같습니다, 왜 사단장을 처벌하려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맞는데 왜가 빠진 것 같습니다, 제가 국방부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였을 때 예견되는 문제점을 정리하여 보고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저는 중앙수사대장, 1광역수사대장, 수사지도관 등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하여 논의하였고 과거 사이버댓글 사건 수사 외압 관련 국방부장관, 조사본부장이 구속된 사건을 회상하면서 수사 서류를 변경할 수 없는 이유를 정리하였습니다. 언론에 이미 공개된 '고 상병 채수근 익사 사건의 관계자 변경시 예상되는 문제점'이라는 문건입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동 문건을 보고하면서 상급 부대인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재검토할 것을 건의드렸습니다. 사령관도 동의하였고 그렇게 일은 마무리 될 것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법무관리관은 저와 이틀에 걸쳐 5회 통화하면서 혐의자·혐의 내용 등을 빼라, 혐의자를 직접적 과실있는 자로 한정하라는 등의 말을 하였습니다. 이제 와서는 법무관리관은 단순히 의견 제시를 하였다고 하지만 단순한 의견 제시라면 왜 이틀에 걸쳐 5회씩이나 통화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지어 법무관리관도 자신의 발언이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외압으로 느끼십니까라고 묻기도 했습니다.

국방부의 수사 외압은 사령관에게도 가해졌습니다. 이미 언론 보도된 것과 같이 차관과 군사보좌관, 법무관리관 등이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형사처벌, 비책임자는 징계로 하는 것을 검토해달라, 7월 30일 장관 결제는 중간 결제로 하고 장관 귀국시 재보고하라, 해병대는 왜 말을 하면 안 듣는 것이냐라는 등 전화와 문자를 하였습니다.

저는 사령관에게 수사 서류를 축소 왜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고 직권남용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 계획된 대로 경찰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드렸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령관은 수사 서류를 변경하라고 하자니 직권남용이 되고, 그렇다고 국방부 지시를 거부하자니 항명이 될 거 같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군사법정에서 사령관은 7월 31일부터 이틀에 걸쳐 3차례 이첩 보류 명령을 하였으나 제가 이를 거부하였다고 합니다. 도대체 군에서 상관이 동일한 명령을 3차례 내린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백보 양보하여 사령관이 이첩 보류 명령을 내렸고 제가 순응하지 않았다면 사령관은 저를 직무 배제하든지 적절한 지휘 조치를 하여야 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답답한 상황은 계속 이어졌고 8월 2일 10시 경 저는 사령관 집무실로 가서 최종적으로 제가 책임지고 이첩하겠다고 보고하였고, 같은 날 10시 30분부터 경북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하였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와 같이 저는 보직 해임되었고 집단항명수괴,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거쳐 현재 기소되어 군사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현재 사령부로부터 약 4킬로 떨어진 독립숙영지 사무실에 격리되어 11개월째 아무런 임무 없이 출퇴근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로부터 배제되고 부하들과의 자유로운 접촉도 차단된 상태입니다. 한 개인이 국가권력을 상대로 그것도 최고권력을 상대로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기적같은 일입니다. 매일 죽음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제가 참고 견딜 수 있는 힘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저 멀리 백령도에서 김포, 포항, 제주도에서 전후방 각지에서 자신보다 해병대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대다수 해병대 전우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본의 아니게 해병대 명예가 실추되고 국민들로부터 조롱거리가 되는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사랑하고 청춘을 보낸 해병대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감히 국민 여러분께 청원합니다. 제가 아는 대한민국 해병대 대다수 지휘관들은 자신의 안위보다 부하를 살피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을 다하는 충성스런 해병들입니다. 부디 정의로운 해병대가 제자리를 찾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한말씀만 더 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사의 죽음에 대한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80 평생을 다 살아보니 힘 있는 놈들은 다 빠져나가고 힘 없는 놈들만 처벌 받더라 이 말씀은 수근이 할아버지가 수사 결과 설명을 하던 저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마치 선견지명이 있으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은 평등합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힘이 있든 힘이 없든 국민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할아버지에게 이런 약속을 드렸습니다. 비록 제가 수사종결권은 없지만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 오늘 설명드린 대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지금도 하나밖에 없는 장손자를 잃고 억장이 무너진다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국방의 의무가 있는 나라입니다. 모든 국민은 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반드시 올바르게 처리되고 책임 있는 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래야 제2의 수근이 같은 억울한 죽음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우리 사회에 진실을 밝히고 정의는 살아 있음이 증명되도록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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