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계속해가는 것이 심각하게 의문시되던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사퇴를 선택했습니다.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것은 아니지만 대선을 불과 4개월 남짓 앞두고 현직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바이든은 7월 21일 SNS를 통한 성명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바람이었으나 (후보에서) 물러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은 이날 별도의 글을 통해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봅시다"라고 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도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가 지지했다고 그 사람이 바로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공화당은 최근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했지만 민주당은 아직 그 절차를 하기 전입니다. 바이든 사퇴의 결정타가 되고 만 최근 트럼프와의 양자 TV토론회는 두 사람 모두 정식 대선 후보가 되기 전에 치른 이례적인 토론회였습니다.
제이미 해리슨 민주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민주당은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8월 초 온라인으로 미리 후보 선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대선 후보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6),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9),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바이든의 지지를 받은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1순위는 맞습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출신으로 아버지는 자메이카계, 어머니는 남인도 타밀족입니다. 어머니는 1960년 미국으로 이민왔으며 유방암 관련 연구를 하는 의학자였고,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최초의 흑인 종신교수였습니다. 부모님은 그가 7살 때 이혼했다고 합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후 캘리포니아에서 검사로 일했고 2003년에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장에 당선된 후 재선까지 8년, 이후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이 되어 또 8년을 재직했습니다. 이어 2017년에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당선했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에 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마해 버니 샌더스와 2위권을 형성하는 기세를 보였지만 그 이상의 지지율 상승을 끌어내지 못해 기권하고 바이든 지지로 돌아서 결국 바이든의 러닝메이트 지명을 받았습니다.
바이든이 승리하면서 미국 최초의 아시아계·흑인·여성 부통령이 되었습니다. 여성 부통령으로만은 3번째입니다. 검사 출신이어서 언변이 날카롭고 논리 정연하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힙니다. 소수 인종이자 여성이라는 것은 장점도 되지만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이든 정부에서 부통령으로 그다지 눈에 띌만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렇다할 업적도 없고 대중적인 인기도 그리 높지 못합니다. 바이든 사퇴설이 나돈 뒤 최근 가상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결에서 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6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모닝컨설트에 의뢰해 유권자 3,996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승리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4%만이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질 것이라는 응답은 57%였습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를 상대로 한 해리스 부통령의 경쟁력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못하다는 트럼프 진영 내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고 합니다.
한국과 관련해 화제가 된 에피소드는 2021년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뒤 손을 바지에 문질러 닦는 듯한 행동을 해 외교 결례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된 일입니다. 당시 미국 언론들은 미국인들이 코로나를 겪으면서 바이러스에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인용하면서도 해리스의 행동을 두고 외교 결례, 동맹국 정상에게 무례한 행위라며 비판을 제기했다고 합니다. 미국 네티즌들도 트위터 등에서 "해리스는 이미 코로나 백신 접종을 완료했기 때문에 악수를 하고 손을 바지에 닦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비꼬거나 "무례할 뿐만 아니라 만약 공화당 지도자였다면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습니다. 2022년 9월 방한 때에는 DMZ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공화국(Republic of North Korea)과의 동맹 관계는 굳건하다"고 발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