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소심에서 노소영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1
경향신문은 6월 2일 법원이 지난달 30일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20배가 넘는 재산분할액(1조3808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데에는 노 관장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선경(SK의 전신) 비자금 300억원’의 역할이 주효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경향은 이번 판결로 노 전 대통령이 SK 측에 건넨 비자금 300억원의 실체가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300억원의 약속어음 비자금의 존재가 인정된 데에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갖고 있던 ‘메모’가 결정적이었다. 김 여사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 두 차례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에 대해 메모를 작성했다. 두 메모에는 모두 ‘선경 300억’이라고 쓰여 있었다. 재판부는 해당 메모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노 관장 측이 최 회장 측에 준 ‘유형적 기여’ 중 하나로 봤다.
노 전 대통령의 ‘선경 비자금 300억원’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의혹은 1991년 최 회장의 선친인 최종현 전 SK 선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비자금 300억원을 토대로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다음 해부터 제기됐다. 의혹으로만 남았던 비자금의 존재는 이후 노 관장이 자신의 이혼 소송에서 김 여사의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32년 만에 입증된 것이다.
2. 항소심에서 노소영이 이길 수 있었던 이유 2
한겨레신문이 지난 6월 1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30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현금 1조3808억원과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었다. 위자료를 산정할 때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 파탄관계의 원인과 책임, 배우자의 연령과 재산상태 등을 고려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위자료 액수는 너무 작다고 판단된다”며 “증액하는 게 맞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2009년 5월초 부정행위를 시인했고 혼외자를 2010년에 낳았다. 2011년 일방적으로 가출해 현재까지 십수 년 별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노 관장이 유방암 판정을 받은 것이 2009년 5월께인데 (최 회장의 외도가) 정신적 충격을 줬으리라고 생각된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부정행위가 2008년 11월 이전부터였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2008년 11월 이혼했는데, 최 회장이 2013년 노 관장에게 보낸 자필 편지에 “내가 김희영에게 이혼하라고 했다. 모든 것이 내가 계획하고 시킨 것”이라고 적혀 있는 게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만약 최 회장이 노 관장과의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이럴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노 관장과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재단을 설립하는 등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마치 유사 배우자 지위에 있는 태도를 보였다”며 “이처럼 상당 기간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3. 조국 대표는 뭐라고 했을까
뉴시스는 6월 2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이 얼마인지, 어떻게 형성됐는지, 어디로 흘러 들어갔는지, 비자금 씨앗으로 뿌린 열매가 어떻게 됐는지, 왜 지금까지 철저하게 단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조 대표는 2일 SNS를 통해 "재판부가 두 부부가 이룬 재산이 비자금과 정경유착에 의한 범죄행위에 의한 수익이라고 판결을 내렸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가 ①최종현 SK 회장이 1991~1992년 노 대통령에게 건넨 50억 원짜리 약속어음 6장(총액 300억 원)은 노 대통령 측으로부터 1991년 지원받은 돈에 대한 증빙의 의미로 준 것 ②1991년 노 대통령 측으로부터 최종현 회장에게 유입된 자금은 최종현 회장 개인 자금과 섞어 사용했다 ③이 돈이 오늘날 SK그룹을 일궈내는 밑천이 됐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조 대표 역시 "사돈인 노태우 대통령의 도움 없이 SK가 지금 같은 통신재벌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시 비자금 소문이 파다했지만, 검찰은 전혀 수사하지 않았고 최-노 부부는 이 수익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우리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점은 최태원 회장 외도, 두 사람 간의 재산분할 액수가 아니라, 이 부부의 엄청난 재산의 출발점과 당시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지금부터라도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 당사자 최태원이 입을 열었다
한겨레신문은 6월 3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개인적인 일로 SK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어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또, 최 회장은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의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온 구성원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임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는 최근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이 최 회장 개인을 넘어 그룹 가치와 역사를 심각히 훼손한 만큼 그룹 차원의 입장 정리와 대책 논의 등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경영진의 발의로 임시 소집됐다. 회의에는 최 회장과 최 의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