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이 윤석열 특검법 발의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이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경우 대통령이 또 거부권을 행사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가 궁금해집니다.
대통령 거부권은 입법부 견제를 위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입니다. 헌법은 제53조에 국회가 의결해 행정부로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공포를 거부하고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국회는 재의 요구를 받으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법률을 재의결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제를 정치 제도로 채택하고 있는 미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들이 비슷하게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도 대통령 소속 정당과 의회 다수 정당이 다를 경우 대통령이 유난히 많은 거부권을 행사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이번 총선 참패로 행정부와 입법부의 주도 권력이 다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임기 절반도 지나지 않아 역대급 거부권 행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책 이견 등에 따른 거부권이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나 가족 등 그와 밀접히 관련된 인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조사하자는 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즉, 이해충돌 상황에서도 거부권은 보장될 수 있는 것이냐는 문제입니다.
헌법학이 전공인 김래영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 대통령 법률안거부권의 한계와 제한-이해충돌을 중심으로'에서 현재 국회 발의된 김건희 특검법을 사례로 들며 이같은 이해충돌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다른 헌법 조문을 참조로 할 때 거부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논문 초록에는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는 애초 의회의 힘이 너무 세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즉 입법권의 견제수단으로 도입되었다. 대부분의 견해는 법률안거부권이 대통령의 자유재량행위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사면권이나 국가긴급권 발동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내재적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주의, 권력분립, 법치주의, 적법절차 및 비례의 원칙 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자들은 이러한 내재적 한계를 구체화하여 법률안거부권 행사를 정당화하는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헌법에 위반되는 법률안,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안, 국익에 반하는 법률안, 정부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는 법률안, 예산상 뒷받침이 없는 법률안, 대통령의 정책에 부합하지 않는 법률안 등. 이러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에 내재적 한계가 있다는 논의와 별개로 법률안거부권 행사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공직자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률 혹은 일반규정이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이 그것이다. 이해충돌의 경우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대통령 배우자 특검법안’의 경우 이해충돌방지법 제2조 제6호 가목의 사적이해 관계자에 해당하는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하여 법 제5조 제1항 제8호의 ‘사건의 수사’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위 특검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해충돌방지법상 대통령도 적용대상임을 명시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행사 자체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뜻은 아니다. 거부권 행사의 내용이 된 ‘대통령 배우자 특검법안’이라는 특정 법률안을 거부한 것이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배우자 또는 그 가족이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 제5조 제3항 제1호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서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7조(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를 보면 모든 공무원은 오로지 공익을 위해서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데 대통령의 거부권도 마찬가지"라며 "대통령이 본인과 가족 등의 이익과 관련된 내용의 법안에 대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위헌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헌법 제40조는 정부는 행정권, 국회는 입법권을, 사법부는 사법권을 독립적으로 맡아야 한다는 '권력 분립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거부권은 국회가 마구잡이로 법안을 만드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지만 정부가 거부권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윤석열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거부권이 제한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