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집단 항명을 말하는 검란(檢亂)은 검찰개혁을 표방하는 정치권력을 향해 불거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검란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도 그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검사들을 인사로 싸그리 정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통상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과 상의하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김건희 수사 필요 의지를 비쳤던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번 인사에서 '패싱' 당한 듯 보입니다. 검찰 내부가 동요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번 사태는 검란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검찰개혁을 중요 국정 과제로 제시한 최초의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이후 검찰의 주요 집단 행동을 꼽아봤습니다.
노무현 정부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취임 직후 당시 검찰총장보다 사법시험 11년 후배인 강금실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검찰 수뇌부를 믿을 수 없으니 강 장관을 통해 통제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여기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도 한 축을 맡았습니다.
검사들이 검찰 조직 문화를 존중해달라며 반발하자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을 공개 토론해보자고 제안해 2003년 3월 10명의 평검사 대표와 대통령이 TV로 중계되는 토론을 벌이는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당시 생중계된 검사들의 무례는 오래도록 회자되었습니다. 이 토론을 계기로 '평검사 회의'가 상설로 설치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검찰개혁을 공개 표방하지 않았지만 중수부 폐지를 두고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정면충돌하는 특이한 형태의 검란이 있었습니다. 2012년 한상대 검찰총장이 중수부 폐지에 반대하는 최재경 중수부장에 대해 감찰까지 실시하자 검사들이 중수부장 편을 들면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심지어 검찰 간부들까지 총장에게 그만두고 나가라고 하는 하극상까지 연출되자 견디다 못한 한상대 총장이 사퇴하고 말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적극적이던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윤석열을 임명하고 법무부 장관에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을 임명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하던 검찰과 언론이 그 총대를 멘 조국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터뜨립니다. 장관이 되고 난 뒤에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자택이 압수수색 당하는 등 봉변을 당한 뒤 한달 여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납니다. 후임인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이른바 그의 사단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대거 좌천 인사합니다. 또 판사 사찰 문건 작성 등을 이유로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립니다. 검찰을 둘러싼 소용돌이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지만 결국 당시 보수 야당과 언론의 집중적인 비호를 받았던 윤 총장을 대권 주자로 키우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