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이슈 정리] '역사저널, 그날' 방송 중단 무슨 일이

by gambaru 2024. 5. 15.
반응형

KBS의 대표적인 역사 교양프로그램인 '역사저널, 그날'이 5월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갑자기 무기한 방송 중단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월 준비된 내용 방송을 마친뒤 갑자기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 같은 분위기로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경영난 타계를 위해 당시 KBS가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도 폐지 발표를 하던 터라 같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KBS의 안내는 새로운 시즌을 준비해 5월에 다시 방송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4%의 시청률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역사저널, 그날'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역사저널, 그날'은 어떤 프로그램

KBS는 홈페이지에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역사가 움직인 터닝 포인트인 '결정적 하루'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교양과 재미가 있는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 그날의 주연과 조연은 누구였으며 그 당시 세계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고 오늘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지를 수다로 풀어보는 본격 역사 토크쇼". 보통 역사 교양 프로그램은 전문가의 해설을 곁들인 현장 탐방 포맷이 정석이었는데 그와 달리 진행자와 전문가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대답하는 형식의 새로운 방식이었습니다.

첫 방송은 2013년 10월 26일이었는데 3년 남짓 방송한 뒤 몇 개월을 쉬었다가 2017년 6월부터 재방영을 시작해 2월 11일까지 이어왔습니다.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시대를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새 단장을 하기도 했지만 그 사이 방송이 중단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초기 방송은 주로 조선시대였고, 2015년 중반부터 삼국시대, 고려도 같이 다루었습니다. 2018년 가을부터는 근현대사를, 2020년 초부터는 현대사도 소재로 삼았습니다.

KBS가 따로 시즌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초기 3년 정도가 시즌 1으로 분류되며 가장 인기가 좋았습니다. 이후 최근까지는 1년 남짓 하고 시즌을 바꾸는 스타일로 방송을 해왔습니다. 시청률은 방송 시간대 영향으로 잠시 하락한 때도 있었지만 꾸준히 4% 정도는 나오는 인기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무기한 제작 중단 이유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월에 설 특집으로 455회를 방영하면서 프로그램 말미에 종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첫 방송 때부터 진행을 맡아온 최원정 아나운서는 “‘언젠가 오겠지’ 했는데 끝인사를 하는 날이 오늘이다. 2013년부터 10여년간 마주한 455번의 메시지, 그리고 역사의 무게를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면서 조만간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다시 여러분 앞에 서겠다”라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려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새로 단장해 방송한 것이 처음도 아니어서 울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폐지되는 건가, 진행자가 바뀌는 건가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 제작진이 5월 13일 사측에서 낙하산 진행자를 밀어붙이다 제작진이 반대하자 5월로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통보를 했다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제작진의 설명에 따르면 2월 방송 중단 이후 새 단장을 준비하며 회사 쪽과 협의를 거쳐 작가진 구성과 출연자 섭외 등을 했으며 4월 초 배우 한가인씨를 MC로 섭외하기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측에서 갑자기 4월 25일 전 KBS 아나운서인 조수빈씨를 기용하라고 통보했다는 것입니다. 조씨는 현재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강적들'을 진행하며 백선엽장군기념재단 이사라고 합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미디어특별위원회 위원도 지냈고 정치 행사 진행도 자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제작진이 "중립성이 중요한 역사 프로그램이기에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인사를 제작진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제작1본부장에게 섭외된 진행자를 바꾼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합리적인 근거를 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뒤 "녹화는 2주째 연기됐고 지난주 금요일(10일) 마침내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측은 여전히 프로그램 폐지는 아니며 준비 중이라고 설명합니다.

KBS에서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

KBS가 이 비슷한 시비에 휘말린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월에는 18일 방영 예정이던 '다큐인사이트'의 세월호 10주기 방송을 사측이 '4·10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을 6월로 연기토록 해 결국 불방되고 말았습니다. 친정부 성향의 사장이 지난해 11월 새로 오고부터 예상된 일이라는 추측이 적지 않았습니다. 경영진이 바뀐 후 KBS 메인 뉴스 시청자 수는 MBC에 1위를 내줬으며, 시사교양 라디오 유튜브 조회수도 급감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경향신문은 '‘낙하산’ 불발되자 교양프로 중단, KBS 공영방송 맞긴 한가'라는 사설을 통해 "녹화가 임박한 시점에 이미 섭외된 진행자를 교체하라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제작진 입장에 수긍한다"며 "사측의 조치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의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KBS 편성규약을 위반한 것 아닌가"라고 물었습니다. 이 사설은 이어 "공영방송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이런 식으로 불방되거나 무기한 제작 중단된다는 것은 시청자 권익의 관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며 "박민 KBS 사장이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후 이런 일이 잦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그의 부임 후 KBS 메인 뉴스 시청자 수는 MBC에 1위를 내줬으며, 시사교양 라디오 유튜브 조회수도 급감했다. 편성·제작 독립성 침해가 계속되면 시청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