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정부 갈등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사 급여가 포함됐다. 이미 지난 2월에 의사 급여 수준을 두고 한차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의료계와 정부의 주장을 정리해본다.
1. 정부 공개 자료, 의사 평균 연봉 3억 100만원
한겨레신문이 5월 1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14일 보건복지부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자료를 보면, 2022년 병의원에 근무하는 의사 인력 9만2570명의 평균 연봉은 3억1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토대로 동네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등 전체 요양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들의 소득을 분석한 자료로,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해당 자료는 복지부가 지난 10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의대 정원 증원 관련 자료의 일부다.
의사들의 평균 연봉은 2016년 2억800만원에서 2022년 3억100만원으로 연평균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상승 폭은 개원의가 대부분인 의원급 의료기간에서 특히 크게 나타났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연봉은 2016년 2억1400만원에서 2022년 3억4500만원으로 연평균 8.3% 올랐다. 반면 중증·응급 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연봉은 2016년 1억5800만원에서 2022년 2억100만원으로 연평균 4.1% 올랐다.
개원의 가운데서도 안과 의사의 연봉이 6억15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형외과 4억7100만원, 이비인후과 4억1300만원, 마취통증의학과 3억9100만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2.정부 발표 의료 개혁 팩트체크, 평균 연봉 OECD 회원국 중 1위
2024.03.28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발표한 내용을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다.
Q. 의사 수입이 적으니 적정 수입을 보장해줘야 한다?
의사 수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 힘든 진료는 더 보상하겠습니다.
2020년 기준 국내 종합병원 월급 의사의 평균 연봉은 약 19만5463달러 (약 2억6000만 원)로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고소득 전문직인 변호사나 회계사 보다도 2배 이상 많으며 임금 근로자의 6.7배 수준입니다.
다만 중증, 응급환자를 다루는 필수 진료과 의사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예컨대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의사의 연봉은 2억3000만 원, 소아과는 1억3474만 원인 반면 정형외과와 안과의 평균 연봉은 3억7000만 원이 넘습니다. 안과 중에서도 요양병원 소속 전문의의 최고 연봉은 7억6800만 원에 달합니다. 정부는 힘들고 어려운 진료를 보는 의사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게 확 바꾸겠습니다.
3. 의료계 반박, “실제와 차이 크다”
2023년 8월 1일 메디칼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의료계는 평균 연봉 OECD 회원국 중 1위 정부 발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정부는 OECD 통계를 통해 2020년 기준 국내 의료기관에 고용된 봉직의의 연 평균 임금소득을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9만2749달러로 분석했다. 이는 한화 2억4583만 원으로 OECD 2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숫자다.
같은 해 한국 개원의의 연 평균 소득도 2020년 29만8800달러(한화 3억8126만 원)로 관련 통계가 있는 벨기에 다음으로 높았다. 이 같은 고임금이 의사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더해지면서 의료계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상황이 직역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커지는 모양새다.
의료계, "GDP 대신 PPP를 차용해 생긴 오류"
반면 의료계는 이 같은 분석결과가 GDP 대신 PPP를 차용해 생긴 오류라고 지적하고 있다.
GDP는 명목상 국가 총생산을 인구수로 나눈 것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다. 반면 PPP는 다른 물가나 환율 수준을 반영해 실제 국민의 구매력 등 생활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즉 GDP는 변수에 의해 결과 값이 변하지 않는 국민생산량에 대한 총액이다. 하지만 PPP는 물가가 낮은 나라에선 임금이 더 높게 계산되는 등 물가변동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지표라는 것이 의료계의 지적. 이 때문에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선 GDP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복지부 보건통계에 PPP 사용하면서 실제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부가 관련 발표에서 통계 당시인 2019~2020년 미국달러 환율이 아닌 최근 환율을 적용한 것에서도 지적이 나온다. 2020년 환율은 1180.3원인 반면 최근 환율은 1276.4원으로 100원 이상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오류를 감안해 우리나라 의사들의 1년 임금을 다시 계산하면 봉직의 1억 3897만 원, 개원의 2억 449만 원으로 정부 발표보다 1~2억 원이 적다는 설명이다.
실제 2023년도 OECD 헬스데이터에서 2020년 기준 전문의인 개원의 1년 임금을 산출하면 대한민국은 2억433만 원에 그친다. 같은 조건을 대입했을 때 도출되는 국가만 봐도 ▲아일랜드 2억5156만 원 ▲아이슬란드 2억2595만 원 ▲이스라엘 2억1981만 원 ▲덴마크 2억1735만 원 ▲독일 2억1187만 원으로 우리나라보다 높다.
여기서 기준을 일반의인 개원의로 바꾸면 독일 3억1099만 원, 우리나라는 1억6734만 원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설정 값에 따라 임금에 1000만 원 수준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 의사 임금이 OECD 국가 중 1위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의료계 지적이다.
정부 발표, "개원의와 봉직의에 대한 구분만 있어 오해를 불러"
특히 OECD는 개원의와 봉직의를 상위 분류로 두고, 이를 일반의와 전문의로 또 다시 구분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즉, OECD 기준에 따르면 관련 통계는 4가지 분류로 결과값이 도출돼야 하지만 정부 발표에선 개원의와 봉직의에 대한 구분만 있어 오해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
전문의와 일반의의 수익구조가 다르고 전문의끼리도 과에 따라 임금 차이가 큰데, 정부가 이를 하나로 합치면서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도 불분명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KMA 폴리시가 이 같은 OECD 분류를 적용해 재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 의사 임금 순위는 정부 발표와 차이가 컸다.
KMA 폴리시 박정훈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문의인 개원의 임금 자료가 있는 9개 국가 중 우리나라는 2위를 차지했다. 일반의인 봉직의 임금은 17개 국가 중 6위, 일반의인 개원의 임금은 12개 국가 중 9위에 그쳤다.
이와 관련 KMA 폴리시 김기범 보험정책위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우리나라 의사가 독일보다 의사 임금이 높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다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의사 임금은 1등을 할 수 없는 숫자다. 하지만 입맛대로 항목을 제외하고 생활물가 까지 적용하면 당연히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봉직의여도 전문과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인데 고임금인 전문과만 뽑아 통계를 낸다면 그것은 평균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비교적 물가가 저렴해 PPP를 대입하면 임금이 더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며 "단순비교에 부적절하고 PPP를 국가별로 비교할 수 없다고 명시하면서까지 사용하는 의도가 궁금할 따름으로 통계는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면 공정하지 않은 자료가 된다"고 반박했다.
4.의사 반론, “35살 전문의 연봉 3억원 비현실적”
의료전문지 메디게이트가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급여 수준은 알려진 것보다 매우 낮다.
"35살 전문의가 연봉 3억원을 번다는 말에 허무하다. 전공의를 마친 대학병원 펠로우(전임의) 월급이 400만원이다." (빅5병원 전임의)
최근 "35살 전문의가 연 3억~4억을 번다"는 서울의대 김윤 교수의 발언에 젊은 의사들이 공분하고 있다. 실제 받는 급여에 비해 현실을 너무 왜곡했다는 지적에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방 병원에서 의사 혼자 모든 당직을 365일, 24시간 떠안아야 하는 경우에 한해 고연봉 조건이 등장할 따름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빅5병원 전임의 A씨는 22일 메디게이트뉴스를 통해 "35살 전문의가 연봉 3억~4억원을 번다는 주장에 허탈했다. 실제 35살 전문의가 대학병원에 있다면 월급이 350만~400만원 정도다. 나도 월급으로 400만원을 번다"며 "현실을 왜곡해 주장하는 바를 뒷받침하려는 속내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원가로 나간다고 해도 곧바로 의사 급여가 확 뛰진 않는다. 봉직을 하면 대학병원 보다 조금 더 받는 정도고 30대 초중반에 곧장 개원하는 것도 요즘 세상에 쉽지 않다. 대출을 받아 개원하면 가능성은 있지만 연봉 3억원은 극소수 얘기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