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라인 메신저가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한국 기업 네이버를 상대로 라인야후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을 넣어 충격을 주고 있다. 라인은 일본 국민 9600만 명가량이 사용하는 메신저앱이다. 라인을 운영하는 라인야후는 지주사 A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는데 한국의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A홀딩스의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사건 전개 과정은 이렇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2023년 8월, 일본 야후의 사용자 정보 400만건이 무단으로 네이버에 공유된 것과, 2023년 11월, 네이버 위탁업체의 서버가 해킹 당하며 라인 이용자 정보 44만건이 유출된 것을 이유로 2024년 3월, 일본 정부는 한국 네이버의 지분을 더 줄이라며 강경한 행정지도에 나섰다.
4월 16일, 일본 정부는 다시 한 번 라인에 대해 한국 네이버의 지분을 줄이라며 기업 내부사항에 직접 개입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동일하게 라인의 지주사 지분을 50% 소유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추가로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총무성의 1차 행정지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네이버사와 업무협업차원 이상으로 너무 광범위하게 데이터를 공유하는 체제.
- 보안 업무를 네이버에게 전적으로 의지해야하는 체제.
- 네이버의 시스템에 동승함으로서 네이버와 같은 보안업체를 사용해야만 했던 점.
- 같은 보안 업체와 계약하는데, 라인측이 보안업체에게 요청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서, 라인측은 관리감독이 불가능한 점.
- 네이버측이 라인이 통보하기 전까지 해킹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으며, 통보 후에도 정보공유 없이 1달간 외부에 새어나가는 상태를 유지한 점.(중략)
- 모회사를 포함한 전체적인 사이버 보안 거버넌스의 본질적 재고가 필요합니다.
- 네이버의 시스템과의 분리/전환을 진행하면서 해소될 수는 있으나, 현시점에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며, 분리/전환이후로도 여전히 NAVER사에 사이버보안을 탁하는 예정이기에, 수탁처의 리스크는 해소되었다고 볼 수 없다.따라서, 본 사안의 재발을 확실하게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사이버 보안 체제를 구축이 필요하다.
- 그러기에 귀사가 위탁업체(NAVER)에 대한 정상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사이버 보안을 맡기는 위탁업체에게 상당한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고 등을 포함한) 적절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구축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모회사에게 의견을 말할 수 있는 필요가 있다.
2024년 4월 16일,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4월 1일 제출한 조치 사항이 불충분하다면서 다시 한 번 행정지도를 내렸다. 2차 행정지도에서는 "자본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네이버의 지분 축소)이 강조되었다.
수탁자인 네이버 측에서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다는 관계의 재검토에 대해서도 ‘여러 시스템 이용 및 기술 지원을 받는 관계인 네이버 측에 대해 자본적 관계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탁자 관리를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인 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귀사의 모기업인 A 홀딩스 측에 ‘자본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을 하였다는 취지의 보고에 그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2차 행정지도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수탁자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자본적 지배를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하여 수탁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감독이 기능할 수 있도록, 경영체제의 재검토에 대해 모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전체에서 조속히 검토를 실시하고, 그 검토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고할 것.
미적지근한 한국 정부 대응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의 한 당국자는 2일 한겨레신문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지난달 중순께 일본 개인정보보호 당국으로부터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를 조사해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 문서에 준하는 이메일은 아니었다. 회신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일본 총무성의 나카무라 도모히로 종합통신기반국 이용환경과장은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행정지도 내용 가운데 ‘위탁처(네이버)로부터 자본적 지배를 상당 수준 받는 관계의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체제 재검토’라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지분을 매각하라거나 정리하라거나 하는 그런 표현은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책을 취할지는 근본적으로 민간이 생각해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플랫폼 주도권 가지려는 일본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메신저앱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플랫폼 사업은 국가산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반산업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에 각국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자국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특정 회사의 지분 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는데 라인의 경영권을 일본기업이 쥐게 되면 데이터 플랫폼 관련 주도권 역시 일본이 가져갈 수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3일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본 지배력을 줄일 것을 요구하는 행정지도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저희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기반해 결정할 문제로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