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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정리] 저출산을 보는 또다른 시각

by avo1 202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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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율이 0.72까지 떨어졌다. 신생아가 23만명대로 들어섰다. 이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가 한국 사회 변동에 핵심적인 이슈가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껏 효과적인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실패했다. 진단부터 새롭게 해야 할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저출산 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를 다시 전개해야 한다. 연관하여, 저출산을 보는 여러 시각들에 관심을 가져보자.

 

1. 저출산인가, 저출생인가

출산아이를 낳음’, ‘출생세상에 나옴이라는 뜻이다. 인구학적으로는 합계출산율조출생률’(Crude Birth Rate)로 따진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에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고, 조출생률은 인구 1000명당 새로 태어난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정책과 법률은 저출산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관련 법안에서부터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이며,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대통령직속기관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다. 몇년 전부터 여성계를 중심으로 저출산저출생으로 바꿔부르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들은 저출산용어가 아이를 적게 낳는 주체에 무게를 둔다면, ‘저출생은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사회 구조에 주목한다. 인구감소의 책임이 여성이 아닌, 성차별적 사회구조에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가치 중립적인 저출생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21년부터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용어 변경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강민정의원은 “'저출산'이라는 용어는 오랜기간 동안 법령이나 정책 등에서 공식화되어 사용해 오고 있다""전세계적으로도 '출생아 수가 적다'는 의미로도 통용되어 사용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정책의 흐름이 임신·출산을 개인의 선택으로써 존중하되 구조적인 사회적·경제적 제약을 완화하려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둘째,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등 전문가들은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의 혼재로 혼란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구 증감 여부를 합계출산율을 중심으로 측정·비교하고 있다. 이에 가임 여성 수가 아닌 전체 인구 대비 출생아 수를 측정하는 출생률은 고령화, 남녀 성비 등 현재의 인구 구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출산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는 부적합하다라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국회 보건복지위는 "출산을 출생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게 되면 오히려 세대·지역·계층 등 사회 전반의 종합적 맥락이 축소되고 정책적 대상이 불분명해진다""출생·양육 과정에서의 여성의 중요성이 오히려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므로 보다 심도 있는 사회적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서울 전경

2. 저출산은 해결불가능?

유명 여성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정희진 작가는 올해 35일 경향신문에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칼럼(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3052005005)을 썼다. 그는 최근에는 저출산이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용어로 저출생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인식에 반대한다. 저출산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저출산은 여성의 진화생물학적 적응이자 파업이라고 본다.“라고 말하며, ”여성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로 파업을 행사한 것이다. 저출산은 정치적 행위자로서 여성들의 한국 사회에 대한 발본적(拔本的) 문제제기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나는 국가와 사회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출산은 극복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젠더 문해력이 제로인 결과다.“라고 주장했다.

, 그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에서 출산하지 않는 것은 생명체의 자기 보존 원리로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혼 여성이 몇명 이상의 자녀를 낳으면 현금을 주는 정책은 돈으로 여성의 출산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실제 현금이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어떤 보상을 한다 해도 저출산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단언한다.

저출산의 이유를 성 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에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노동자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여성들은 (예전 여성들이 대처한) 세 가지 방법 중 그 어떤 것도 인간의 삶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들은 지배 이데올로기의 비난을 뚫고 혹은 경제력이 있는 여성에 대한 호감을 이용해 비혼을 선택했다. 그 결과가 당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저출산이다.”라고 주장했다.

세 가지 방법이란 첫 번째는 노동자임을 포기하고 결혼 후 집에 들어앉는 것이고, 두 번째 방식은 규범적인 기혼 여성이 되기를 포기하고 비혼을 선택, 자기 커리어를 중심으로 삶을 기획하는 명예 남성이 되는 것이다. 세 번째 경우는 직장생활과 결혼생활 공·사 영역 양쪽을 오가는 슈퍼우먼이 되는 것이다.

그는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는 한국의 독특한 저출산 현상에 대해 집중 보도했다. 긴 노동시간, 직장 내 불이익, 주거비, 사교육비 등 총체적인 문제가 지적되었다.”, “여성의 삶은 공·사 영역에 걸쳐 있다. 남성의 삶은 여성의 경험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폭이 좁다. 여성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수시로 오간다. 가사노동을 분담한다고 해도, 성별에 따라 눈에 보이는 일거리가 다르다. 남성에게는 일이 아닌데 여성에게는 일이 된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직장생활도 경쟁이고, 육아도 경쟁인 시대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물고기(기본소득)를 주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정책에는 자본주의에 대한 고민이 없다. 저출산은 후대에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했다.

 

가족은 천사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3. 정책보다는 K-문화가 문제

유튜브의 인기 방송인 삼프로의 언더스탠딩에서  어쩌면 K-드라마가 전세계 저출산의 원인일까?”라는 프로그램 (https://www.youtube.com/watch?v=CoaOB2ua3zw)을 4월 30일 업로드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과학자이자 인문학자인 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전문위원이 게스트로 나와 저출산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저출산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이라고 말하며, 아시아 뿐만 아니라 북유럽4개국도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합계출산율이 1점대 이하로 떨어진 이른바 제로클럽에 속하는 4개 국가가 모든 동아시아 지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4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싱가포르를 말한다.

전세계 많은 국가들이 저출산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가족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실행하고 있으나 정책 대비 그 효과의 상관관계는 유의미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제시한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반면에, 문화와의 상관관계는 정책보다는 훨씬 높게 그 수치가 제시됐다. 조사된 항목은 부모역할을 하는 시간, 아이가 숙제를 하는 시간, 젊은 커플의 비율 등인데,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요컨대, 육아에서 복잡성의 증대가 커플의 출산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펼친 OECD국가들도 합계출산율이 떨어지는 걸 막지 못했으며, 이 정책을 제대로 하지 못한 한국의 그 하락 속도와 폭이 제일 크게 나타났다. 앞서 말한 제로클럽 국가는 교육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에 공통점을 보인다. 아이를 적게 나을수록 이에 대한 시간과 비용의 투자가 매우 증가하는 문화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SNS 등을 통한 비교의 문화를 더 쉽게 대중화시킨다. 이런 사회트렌드는 피할 수 없고 저출산의 부정적인 경향을 강화시킨다. 쉽게 말하자면, 이전보다 삶의 기준이 너무 높아진 것이다. K-드라마가 이런 문화를 전세계에 퍼뜨린 영향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결국, 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왔다. 유엔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4개 국가는 이민이 가장 필요한 국가군에 포함되어 있다. 동남아시아도 인력난에 시달릴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가족친화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그 효과에 대해 과신해서는 안된다. 가족친화적인 정책은 이미 가족을 꾸린 사람에게 해당된다. 돈을 준다면 그 전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를 사회가 제대로 수용해야 한다. 또한, 사회전체가 효율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심도있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 비효율적인 회의관행, 업무 방식 등을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삶의 패턴도 바뀌어야 한다. 70대까지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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