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재표결할 계획입니다. 대통령이 거부해 국회로 돌아온 법안을 다시 가결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허들이 매우 높습니다. 범야권이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도 윤 대통령이 집권 2년 만에 9번이나 되는 전례 없이 많은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는데도 그 법안들을 하나도 재가결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200석 이야기가 자꾸 나온 것도 거부권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도 앞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의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지금 21대 국회가 폐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있어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상당히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사람, 낙선한 사람 등 현역 국민의힘 의원 중 다음 국회에서 의정 활동을 하지 않을 숫자가 절반입니다. 2일 본회의 가결 때 유일하게 표결에 참여해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이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그런데, 여당의 이탈표가 얼마나 나올까요? 반대를 당론처럼 정해 밀고 나가는 국민의힘 기세로 봐서는 재표결 때 찬성표를 던질 의원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법에 찬성한다고 말해 놓고, 실제 표결 상황이 벌어지니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사 진행은 안 된다"는 이유를 둘러 대며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안철수, 조경태, 이상민 의원 같은 행태가 아마도 일반적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정서일 겁니다.(안철수 의원은 그러고 나서 어이없게도 재표결 하면 그때는 찬성표 던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탈이 찬성표를 던지는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재가결 기준이 표결에 참여한 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기 때문에 야당표는 모두 찬성이라고 가정해 분자를 고정시키면 분모가 되는 표결 참석 의원수가 줄어들어 3분의 2가 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으로서는 표결에 불참하는 것도 소극적인 형태로 찬성의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몇 명 정도면 될지는 간단한 산수가 필요합니다. 통상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국회의장을 제외한 현재 의석 분포는 범야권이 180석, 범여권이 115석입니다. '찬성 3분의 2' 계산을 위해 일단 '180'을 분자에 가져다 놓습니다. 하지만 이만큼 찬성표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야당은 전부 찬성이라 하더라도 불가피하게 표결에 불참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습니다. 2일 본회의 전원 찬성 때에도 재석의원은 168명이었습니다. 김웅 의원을 빼면 야권은 167명이 참석한 겁니다. 재표결 때는 무게감이 또 다르니 야권에서 170명 정도 참석하는 걸로 가정하는 게 현실적일 거 같습니다.
분자가 170일 때 3분의 2가 되려면 분모는 170×3÷2=255입니다. 야권을 170으로 가정했으니 여권에서 85명 이하로 표결에 참여하면 재가결될 수 있습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여권 114명에서 29명 이상이 표결에 불참하면 3분의 2가 넘게 됩니다. 국민의힘이 표 단속을 위해 투표 참여를 독려할 게 뻔합니다. 공천 제외되거나 불출마, 낙선한 5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절반 이상이 불출석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