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8일 본회의에서 재석 294인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표결해 결국 부결시켰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다시 국회로 되돌아왔습니다. 이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가결되는데 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여당쪽에서 이탈표가 17표만 나오면 3분의 2를 넘을 수 있다며 이 표를 채울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습니다. 실제로 국민의힘 의원 중 특검법에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최초 투표에서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 유의동, 최재형, 김근태 의원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해병대예비역연대 등 특검법 통과에 애써온 해병대 출신들이 접촉한 의원들 중에 2명 정도가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공개 찬성한 사람들과 겹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소 7표 정도가 국민의힘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계산이 됩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는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180석, 범여권이 115석입니다. 범여권은 구속 수감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숫자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찬반 고민하다 불참을 선택하는 의원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도 했지만 전원이 참석했습니다. 정작 불참 의원이 나온 쪽은 범야권이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민주당을 탈당한 이수진 무소속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라면 이수진 의원이 불참한 범야권이 전원 찬성표를 던지고(179표), 공개 찬성 의사를 표시한 국민의힘 의원 5명까지 더해 찬성표는 최소 184표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이 숫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2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①공개 찬성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실제로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을 가능성입니다. 김웅 의원은 첫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퇴장해 투표를 아예 거부한 상황에서도 혼자 남아 찬성표를 던졌으니 이번에도 찬성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논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은 사전 의사 표시와는 달리 반대표를 던졌거나 무효 처리되도록 표결을 했을 수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무효표가 4표네요.
②이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범야권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김웅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을 거라고 전제하고 범야권이 똘똘 뭉쳐 찬성표를 행사했다면 180표가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179표라는 건 범야권에서도 반대한 소수 의원이 있다는 겁니다. 과연 누가 반대했을까요. 궁금합니다.
만약, 실제 표결 내용이 ②번에 가까운 것이었다면 비록 국회의원 면면이 바뀐다고는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채 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더라도 반드시 통과되리라 장담하기는 어렵겠네요. 여당 이탈표 끌어내기보다 범야권 이탈표 단속이 먼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