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된 제주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지는 등 올해도 적지 않은 비 피해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반지하 침수로 인한 피해가 또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2년 전 서울에서 반지하 침수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한 뒤 정부 당국은 떠들썩하게 이런저런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침수 방지 시설을 완료하지 못한 반지하 주택이 수두룩합니다. 서울시 자료를 인용한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한 2만 4,842가구 가운데 물막이판과 역류방지밸브 등을 설치 완료한 곳은 1만 5,217가구(61.3%)에 그쳤습니다.
최근 한겨레 보도를 보면 2022년 침수 피해가 막심했던 관악구 신림동마저 아직 물막이판을 갖추지 못한 집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당시 집중호우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던 반지하 주택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진 골목 역시 물막이판이 있는 집보다 없는 집이 더 많았습니다.
서울시는 집주인 반대로 세입자가 원해도 침수방지시설을 설치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침수방지시설 설치는 집주인 동의가 필수적인데, 적잖은 집주인들이 ‘침수 주택 꼬리표’를 우려해 물막이판 설치를 꺼린다는 겁니다. 말문이 막힙니다. 한겨레는 이런 사례가 무려 9,000여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주인이 거부해서 설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설득해도 집주인이 의사를 바꾸지 않으면 시에서도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습니다.
반지하 침수 사고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자들을 지상 주거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LH로부터 제출받은 'LH 전세·매입임대의 반지하 가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수도권 LH 전세·매임임대 지하층 8579가구 중 올해 지상층으로 이주 완료한 가구는 6.3%(538가구)에 불과했습니다.
머니투데이 최근 보도를 보면 서울 종로구의 한 반지하주택에 살던 이모씨(32·남)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 상담사 답변을 듣고 "어이없었다"고 했답니다. 반지하에서 살던 그는 수해 침수를 우려해 지상 주택으로 이사할 곳을 찾던 중 2023년 10월쯤 서울 보증금지원형 장기안심주택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소득조건을 만족한 청약자가 서울 내 임차보증금 4억 9,000만원 이하 주택을 찾아 입주를 신청하면 SH가 보증금의 30%(최대 6,000만원)까지 무이자 대출해 주는 사업이었습니다.
이씨는 2023년 7월 장기안심주택 청약 안내문에서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이주하는 세대에 1회에 한해 최대 40만원 한도내에서 이사비를 지원한다'는 문구를 확인하고 SH에 해당 지원을 받기 위해 연락했습니다. 그러나 SH를 대리하는 법무사는 '반지하 이사비 예산 지원은 없어졌다'고 했답니다. SH고객센터에선 "2023년말까지 이사한 경우에 한해 지원했고 현재는 예산이 없다"는 설명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이씨가 청약을 지원할 땐 이사비 지원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설명은 없었다고 합니다. 이씨는 하는 수 없이 지난 4월 약 70만원을 들여 직접 반지하에서 지상층으로 이사했습니다. 서울시나 SH로부턴 이사비용은 물론 반지하 지원 혜택에 관해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