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알리, 테무 등 중국 쇼핑 플랫폼을 통한 수입물품 통관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오랫동안 숙제로 안고 있는 무관세 통관 액수 조정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재는 중국의 경우 직구 물품의 가격이 150달러(미국은 200달러) 이하인 경우 관세를 매기지 않습니다.
최근 관련 정부 합동브리핑에서 관세청 통관국장은 150달러 관세, 부가세 면제 때문에 국내 수입업자나 영세 제조업자들, 또 해외 사업자들 사이에서 불평등, 역차별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습니다. 이런 관세 면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액수를 낮추거나 없애서 이런 불만 소지를 없앨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국내 업체들 오래 전부터 문제제기
이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온라인 상거래가 활발해지고 사업자뿐 아니라 개인도 직구를 통한 물품 수입이 갈수록 늘면서 국내 업체 등의 민원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있었습니다. 관세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에 면세 한도 조정의 필요성을 진즉에 제기했다고 합니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은 아예 면세 한도라는 게 없어 소액 물품에도 모두 관세가 붙습니다.
다만, 모든 중국 직구 물품에 모두 관세와 부가세가 붙을 경우 그만큼 가격이 올라 소비자 부담은 늘어납니다. 과연 150달러 기준은 낮아질까요, 아니면 아예 폐지될까요. 정부는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하지만 조정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면세 기준 높아지면 소비자들 부담 ↑
당장 중국 직구 제품 구입에 맛들인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 일종의 조세 저항 형태로 제기될 수 있습니다. 정작 관세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해온 관세청도 이런 소비자 요구에 밀려 최근까지도 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17일부터 시행된 입항일이 같은 2개 이상의 해외직구 물품에 대한 합산 과세 면제가 대표적입니다. 구입 날짜가 다르더라도 입항일이 같으면 그 물품의 가격을 모두 합산해 150달러든, 200달러든 무관세 기준을 적용해왔습니다. 그런데 입항일이 같더라도 구매 날짜가 다르면 별도의 구매로 판단해 무관세 대상을 넓혀준 겁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한미 FTA에서는 수입물품의 관세, 부가세 면제 대상 기준을 200달러로 명문화해 놓았습니다. 면세 기준 조정을 수입물품 일반에 적용하려고 할 경우에는 이 FTA 조항을 손대지 않고서는 어렵습니다. 중국 직구 문제 때문에 한미 FTA 조항을 고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어차피 액수도 달랐으니 미국은 그대로 두고 중국만 손볼 수도 있긴 합니다. 아마도 중국 쪽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겠지요.
게다가 완전 폐지가 아니고 면세 기준을 100달러 정도로 내리는 것이라면 지금 초점인 직구 문제 해법이 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알리, 테무를 통해 구입하는 가성비 제품은 이 액수 이하의 제품이 대다수입니다. 수입을 줄이는데는 별 효과 없고, 새 기준으로 세금을 내게 될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만 살 수 있습니다.
소액 수입품에 대한 부가세 면제는 1977년 부가세법이 제정된 후 현재까지 유지됐다. 소액 수입품까지 부가세를 매기면 해외 판매처에도 납세 협력을 요청해야 해 행정절차가 복잡해진다. 징세 비용이 더 높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국내에서 소비됐다면 해외에서 들여왔든 한국에서 생산됐든 상관없이 부가세를 징수하는 게 맞다. 수입 규모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자상거래로 수입된 물품은 총 52억 7842만 달러(약 7조 원)다. 전년보다 11.7% 늘어난 수치다. 2019년과 비교하면 67.9% 불어났다. 조세연은 2020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소액 수입 물품 등에도 원칙적으로 부가세를 물렸다면 징수할 수 있는 세수 규모가 2000억 원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해외에서도 소액 수입품에 부가세 면세 제도를 없애는 곳이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22유로(약 3만 1900원) 미만의 수입품에 대해 부가세 면세 제도를 폐지했다. 호주는 2018년 7월부터, 뉴질랜드는 2019년 12월부터 소액 수입품에 부가세를 매기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부터 e커머스 실태 조사에 돌입하는 것도 이 같은 시장 변화 때문이다. 공정위는 우선 다음 달 말까지 실태 조사 대상을 설정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를 전담할 내부 팀도 꾸렸다. 실태 조사 결과는 올해 말께 공정위 정책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