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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본질이 "항명"이라는 비서실장에게

by gambaru 2024.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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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이 사건은 국방장관의 정당한 이첩 보류 지시 명령을 박정훈 수사단장이 어긴 항명 사건이 그 실체이고 본질"이라고 했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당연히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는 수사 외압 의혹에 관해 "전언의 전언을 통해서 들은 주장과 느낌만 있을 뿐이지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반해 항명 부분은 (박정훈 수사단장이) 직속상관인 장관의 정당한 명령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소됐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 격노설에 대해서도 "격노설·진노설을 들은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보름 뒤면 채 상병이 순직한 날입니다. 어이없는 사고가 나고 1년이 지나도록 사고가 발생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수사권이 있는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요. 진실 규명이 그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인가요. 지금까지 나온 보도만 유심히 봤더라도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책임이 있는지 금세 알 수 있는 사건이 아닌가요. 그런데 진실 규명은 하지도 않고 있고 도리어 외압 의혹만 커져 가는 현실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답답한 가슴에 벽돌 열 장쯤 올리는 말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하고 있네요. 외압은 주장과 느낌만 있고 실체적 증거가 없다고요? 최근 군사법원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8월 2일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비롯해 대통령실 관계자와 국방부, 해병대, 국가수사본부 등의 수십 통의 전화와 이후 수사 기록 회수, 수사단장 보직해임 등의 사건 진행이 느낌으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채 상병 특검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갈수록 높아져 65%에 이르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된다고요. 그 대통령은 누구를 위한 대통령이고, 그 대통령실은 누구의 뜻을 받드는 대통령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요구에 따르지 않는 정치권력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정훈 대령은 최근 국회 입법청문회에 출석해 채 상병 유가족에게 수사 결과 설명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수사 종결 권한은 없지만 이 수사대로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습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이 전부입니다. 수사관들의 사심 없는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경찰에 넘겼을 뿐인데 거기에 무슨 항명이 끼어들 여지가 있나요. 그런 수사 기록에 손을 대겠다는 명령이 온당하기는 한 건가요.

비서실장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 운운하기 전에 누구의 무엇을 위해 박정훈 대령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필요가 있었는지부터 먼저 설명하는 게 순서일 겁니다.

 

채 상병 어머니가 최근 해병대에 보낸 편지가 있었습니다. 거기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 다른 것 바라는 것 없습니다. 누가 7월 19일날 유속도 빠르고 흙탕물인데 왜 물속에 투입시켜 실종자를 찾게 했는지? 그리고 그 상황에서 장화를 싣고 들어가 수색을 하게 했는지 장화 속에 물이 들어가 걸음이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요?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그 원인이 밝혀져야 저도 아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없을 것 같습니다.누군가의 지시로 유속이 빠른 흙탕물 속에 들어가라는 지시로 저희 아들이 희생이 됐으니 진실과 한 점의 의혹 없이 빠른 경찰수사가 종결되도록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 진실이 밝혀져야 제가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이어 어머니는 "저희 아들 사망사고를 조사하시다 고통을 받고 계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님의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회복시켜주시고 과감하게 선처를 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고 했습니다. 국민을 저버린 정치권력의 귀에는 이 애원이 들리지 않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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