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법이 7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했습니다.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이 법은 정부로 회부되어 대통령의 수용, 거부 판단을 받게 되며, 거부하면 다시 국회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거칩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해온 경북경찰청은 다음 주 중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답니다. 채 상병 1주기를 앞두고 이와 관련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주목할만한 포인트는 무엇인지 3가지를 꼽아 봤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임성근 빠지나
경북경찰청 수사 결과에 사고 책임자로 임성근 사단장이 포함될 수 있을까요. 채 상병 사망을 전후해 보도된 해병대의 수해 복구 지원 활동 기록과 증언들을 보면 임 사단장은 무리한 수색 작업을 지시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애초 이 사건을 조사한 해병대 수사단의 결론도 임성근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병대가 경찰에 넘긴 수사 기록을 대통령의 격노인지, 무슨 로비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가 다시 가져와 임성근 사단장을 사건 책임자에서 빼고 다시 경찰에 넘깁니다. 이 수사 외압 시비로 채 상병 사건은 어쩌면 정권의 명운이 걸렸을지도 모를 사안으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는 임 사단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해보입니다. 경찰 역시 불편부당하게 수사를 했다면 그런 결론에 이르는 것이 정상일 겁니다. 하지만 경찰이 그런 수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미 해병대가 그런 수사를 했다가 '항명'이라고 난리법석이 벌어진 걸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설사 공명정대한 수사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정치권력이 외압을 행사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해병대보다는 경찰에 개입하기가 더 쉬울 겁니다. 어떤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경찰이 임성근을 사건 책임자로 적시해서 검찰에 송치하기가 쉽지 않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 경우 대통령실은 봐라, 경찰이 낱낱이 조사했는데 임성근 무혐의로 나오지 않냐, 특검이 왜 필요하냐며 특검법을 거부할 것입니다.
만약 임성근이 책임자로 지목된다면
경찰이 '임성근은 사건 책임자의 한 명'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추측컨대, 임성근을 책임자에서 뺐다가 지금 보는 야단이 벌어졌으니 이를 수습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이런 결과 발표가 조율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출구 전략으로 끓어오로는 여론을 어느 정도는 잠재우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임성근 구하기'를 아예 포기할 수 없으니 주 책임자는 아니지만 사건 전개에 책임이 있다며 책임의 비중을 상당히 낮추는 결론을 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결론에 이를 경우 박정훈 대령을 항명으로 몰아갈 근거가 없는 거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 수 있습니다. 국방부 장관 지시를 어겼다는 것이 항명의 이유입니다만, 애초 해병대 수사와 경찰 수사의 결론이 같다면 결국 문제가 없는 수사에 대해 국방부 장관이 이첩 보류 지시를 한 것이니 항명 재판을 계속 끌고 갈 이유가 없는 겁니다. 일종의 자가당착에 빠지는 겁니다. 게다가 국방부 장관은 서류에 사인해 이첩을 승인한 뒤 구두로 이첩 보류를 지시해, 어느 지시가 법적으로 앞서는 것이냐는 논란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대통령실은 특검법을 거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말해온 거부 이유에 더해 경찰 수사에서 임성근도 책임 있다고 나왔지 않느냐 그대로 검찰에 송치해 재판을 받으면 될 일이지 특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 재의결 가능할까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채 상병 특검법은 재의결에서 통과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어려울 겁니다. 특검에 찬성하는 야당의 의석은 192석으로 지난 국회보다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재의결 기준인 재적의석 3분의 2에는 8석이 모자랍니다. 4일 본회의 표결에서는 국민의힘 108석 중 안철수 의원이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안 의원을 재의결 때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으니 그 표까지 더 해도 193석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7표 이상 나와야 합니다. 민주당 특검법에는 반대하지만 채 상병 특검은 할 필요가 있다고 한동훈이 말한 뒤로 여당 내 한동훈 세력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4일 투표에서 비윤 그룹으로 분류되는 김재섭 의원이 투표에 참여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민주당 특검법은 안철수를 빼고는 다 반대할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또다시 특검법이 추진될까요. 한동훈이 특검법 필요성을 말한 것을 받아 민주당은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듯합니다. 특검 추천을 누가하느냐는 내용이 달라진 새 특검법이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특검법은 추천자가 야당과 비교섭단체 각 1명씩이지만, 한동훈은 대법원장 등 제3자에게서 추천을 받자고 하고 있습니다.
협상을 통해 새 특검법이 만들어지면, 아니 새 특검법을 만들기 위해 협의하는 과정부터 이 사안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게 됩니다. 특검이라고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MB의 BBK 특검 같은 경우 결국 뒤에 유죄로 최종 판결이 난 사안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려 도리어 방어용 특검이 되었습니다. 이때 특검 추천을 지금 한동훈이 거론하는 대법원장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