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하 청탁의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당대표 선거 과열을 우려하는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런저런 비판이 나오고 이 사실을 밝힌 한동훈 후보도 사과의 뜻을 표시하는 등 수습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국민의힘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이 사실이 공개된 이상 누군가는 이 청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패스트트랙 사건 피의자로 청탁을 한 나경원 후보와 법무부 장관 때 청탁을 받은 한동훈 후보 모두 청탁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엄연한 위법 행위입니다. 어떤 법률에 저촉될까요. 흔히 청탁금지법 또는 김영란법이라고 부르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입니다. 아래는 이 사건에 해당하는 청탁금지법 조항입니다.
제2장 부정청탁의 금지 등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 ①누구든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하여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부정청탁을 해서는 아니 된다.
14. 사건의 수사ㆍ재판ㆍ심판ㆍ결정ㆍ조정ㆍ중재ㆍ화해, 형의 집행, 수용자의 지도ㆍ처우ㆍ계호 또는 이에 준하는 업무를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
나경원 의원의 공소 취하 청탁은 이 법 제5조 14호 위반입니다. 권익위가 낸 청탁금지법 판례집을 보면 청탁금지와 관련해서는 주로 채용, 인사 청탁이 적발되어 수백 만 원에서 천 만 원 정도의 벌금을 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검찰의 수사 및 향후 재판 제기와 관련된 청탁은 이 판례집에 없는 걸로 봐서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사법 절차에 개입하려 한 것은 기업이나 학교의 채용, 승진 인사 청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사안입니다. 그리고 청탁금지법은 부정한 청탁일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처벌됩니다. 청탁을 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청탁을 받고 자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 한동훈 후보는 아무 죄가 없을까요. 이 경우는 사실 관계를 조금 더 따져봐야 합니다. 관련 법 조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제7조(부정청탁의 신고 및 처리) ①공직자등은 부정청탁을 받았을 때에는 부정청탁을 한 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여야 한다.
②공직자등은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부정청탁을 다시 받은 경우에는 이를 소속기관장에게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③제2항에 따른 신고를 받은 소속기관장은 신고의 경위ㆍ취지ㆍ내용ㆍ증거자료 등을 조사하여 신고 내용이 부정청탁에 해당하는지를 신속하게 확인하여야 한다.
한 후보가 공소 취하 청탁을 받았을 때 나 의원에게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했느냐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또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나 의원의 이 청탁이 한 번이 아니라 두 차례 이상이라면 한 후보는 이 사실을 소속기관장(법무부 장관이었으니 직제상으로는 국무총리나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신고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이 또한 위법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점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가 불가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