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회에서 통과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국회에서 논의해달라고 요구하기로 5월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특검법 거부입니다. 정부 출범 이후 2년 만에 10번째 거부권 행사입니다. 정부는 국회 재논의 요구 이유로 4가지를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이고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여야 합의 없이 거대 야당이 강행 처리하였고,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을 더불어민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의 특별검사에 대한 임명권의 실질을 침해하여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반됩니다.
경향신문 등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특검법은 1999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14건이 시행되었고, 이 중에서 3건은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됐습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법, 2007년 이명박 BBK 특검법, 2020년 세월호 특검법이 합의 없이 국회를 통과해서 시행된 특검법입니다. 대북송금 특검법 표결에는 한나라당과 자민련, 무소속 의원만 참석했고 사실상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반대했습니다. BBK 특검법에는 신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찬성했고 한나라당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세월호 특검법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따라서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특검법이라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닙니다.
2. 기존 수사기관에서 수사를 해보지도 않고 특검을 도입한 전례가 없습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을 두고 국민의힘은 2021년 9월에 대장동 특검법을 의원 107명 명의로 공동발의했습니다. 당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고 한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수사가 시작도 되기 전이었습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시 원내 수석부대표로 대장동 특검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민은 피의자를 비호하고 결국 소환에 협조하지 않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검을 발족해 수사하면 20~30일 만에라도 큰 가닥을 정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에서도 당시 대장동 특검 요구 논리가 검경 인사를 대통령이 하고 그 부하들인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었는데 그 논리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합니다.
채 상병 사건의 경우 지난해 8월 수사가 시작돼 벌써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중요한 증거 자료인 통화 기록의 보존 연한(1년)이 다가오는데 공수처의 인력 구조로 볼 때 단시일에 수사의 결론을 내기가 부족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3. 고발 당사자인 특정 정당이 사실상 특별검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고발인이 수사할 검사나 재판할 판사를 선정하는 것과 같은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채 상병 특검법은 특검 임명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은 법 시행일부터 3일 이내 특별검사 1명 임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하고, 대통령은 이 요청서를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 대통령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고,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의뢰서를 받은 교섭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으로부터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변호사 4명을 추천받아 이 중 2명의 특별검사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고, 대통령은 추천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추천후보자 중에서 1명을 특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여당)에 추천권을 주지 않은 것이 불공정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오히려 특검의 공정성을 위해 이해 관계자일 수 있는 여당을 추천에서 배제한 특검법 사례들이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연루된 '드루킹 댓글조작 특검법'에서는 당신 여당이던 민주당에 추천권이 없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 때에도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특검 추천권이 배제됐습다. 채 상병 사건에서는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간여가 의심되고 있습니다. 여당이 배제되어서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정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다수당의 정파성이 입법부의 숙의 절차를 집어삼킨 결과로서 헌법상 민주주의 원리를 크게 훼손하였습니다.
대통령의 국회 통과 법률 거부는 입법권의 남용을 견제함으로써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법률의 완성도를 제고시키는 중요한 수단이고 이번에도 그런 목적을 위해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입니다. "다수당의 정파성"이 그대로 반영된 법률에 대해 "국민들에게 정당한 법률을 적용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거부를 위해 '국민'을 방패막이 삼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국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래는 채 상병 특검 도입과 관련된 지금까지 여러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한국리서치 61.1% "특검 필요"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9월 25~27일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이 필요하는지 묻는 여론조사에서 "특검이 필요하다"가 61.1%, "특검까지는 필요 없다"가 32.3%로 나왔습니다.
엠브레인퍼블릭 73% "특검 필요"
경향신문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2023년 12월 29~30일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1,001명에게 채 상병 사건 수사에 대통령실, 국방부가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한지 묻는 여론조사 결과 필요하다가 73%, 필요하지 않다가 20%, 모름·무응답이 7%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매우 필요하다"가 45%, "대체로 필요하다"가 28%, "대체로 필요하지 않다"가 10%, "전혀 필요하지 않다"가 10%였습니다.
미디어토마토 65.2% "특검법 거부에 반대"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2024년 4월 20~21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찬성 23.5%, 반대 65.2%를 기록했습니다.
전국지표조사 67% 특검법 찬성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024년 4월 29일~5월 1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67%, 반대한다는 19%였습니다.
한국갤럽 "특검 도입해야" 57%
한국갤럽이 2024년 5월 7~9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가 57%, "그럴 필요 없다"가 29%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