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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집단 휴진 반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입장문

by avo1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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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휴진 결정 철회하라

[장기 의료공백 저지를 위한 92개 환자단체 공동성명]

하나.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
.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 상황에서 위태로운 법적 지위 하에 일하고 있는 진료지원인력을 합법화해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라.
. 국회는 의료인 집단행동 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라.

 

환자에게 2024년은 고통 그 자체다. 지난 2,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이 사태가 6월까지 이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난 6,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교수 투표를 거쳐 17일부터 전체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뒤이어 대한의사협회는 18일부터 집단 휴진하겠다고 결의했고, 고려대 의대, 가톨릭대 의대, 성균관대 의대, 울산의대 등도 잇따라 휴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시작된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 동안 어떻게든 버티며 적응해왔던 환자들에게 의료진의 연이은 집단 휴진무기한 휴진 결의는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환자들은 이제 각자도생()을 넘어, 각자도사()의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는 더 이상 기다릴 시간이 없다. 환자단체들은 지난 2월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전공의 집단 이탈이 시작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각자의 주장만을 고집하는 의료계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우려를 표하며 제발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해왔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묻고 싶다. 지금 이 상황은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되었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의료계 집단휴진 철회 촉구 환자단체 공동 기자회견 (출처: 환자단체 연합회 홈페이지)

환자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상가 건물마다 들어차 있는 개원의 간판을 보면, 그리고 병상 수가 천, 이천을 넘는 상급종합병원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의사 숫자는 충분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주로 서울 빅 파이브 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증질환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환자들은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오래 전부터 얘기되어 왔지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3분 진료, 중증질환희귀질환중증난치질환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진료과에 전문의가 없어 앞으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의료진의 과도한 노동량까지. 의료진의 고충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보아왔기에 하는 말이다.

 

환자에게는 좋은 의사가 필요하다. 문제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이 좋은 의사 어떻게 늘리느냐인데, 정부는 ‘2천명씩 1만 명을 늘려야 한다며 증원 숫자에만 초점을 맞추었고, 의료계는 원점 재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만 반복했다. ‘가 빠져 있는 건 정부나 의료계나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왜 지금 2천명이어야만 하는지를 말하지 않았고, 의료계는 왜 원점이어야만 하는지를 말하지 않았다. 두 쪽 모두 다른 속내가 있는 것 같아 보였고, 어느 쪽의 주장도 온전히 납득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현장을 지키며 탈진해 가는 좋은 의사들이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었기에, 환자들은 그 분들을 생각하며 말을 아꼈다. 이번 서울대병원 비대위의 전면 휴진 발표는 그런 환자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주었다. 이제 우리는 좋은 의사는커녕, 그냥 의사조차도 볼 수 없을지 모르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이다.

 

심지어 서울대병원은 환자중심 병원이라는 설립 취지를 공공연히 내세우는 우리나라 대표 공공병원이다. 어떻게 국립대병원이 무기한 휴진을 선포하고, 그로 인해 일어날 피해를 중증희귀질환자들이 고스란히 짊어지게 할 수 있는가? 서울대병원 비대위는 대국민 입장문에서 정부의 무도한 처사가 취소될 때까지 진료를 미루어주기를 부탁한다고 썼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환자들에게 부탁이랍시고 할 수 있는 말인가? 부탁은 제자이자 후배인 전공의들에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싸우더라도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고, 환자에겐 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전공의들이 복귀를 하든 안 하든, 환자들이 마주할 의료환경은 이전보다 나아진 것 하나 없이 더욱 악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얼마 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향후 3년간 정부의 의료정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무대응·불참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으며, 늘어난 의대정원으로 인해 배출될 의료인력은 10년 후에나 의료현장으로 나올 것이다. 미래의 의료인력이 어디에 어떻게 배치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들이 기피과나 지역의료, 공공의료로 갈 리는 없다. 이 난리통 속에 정부와 의료계 어느 쪽에서도 기피과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책, 지역의료를 살릴 방법, 공공의료 그 어떤 것도 말하고 있지 않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도, 의료계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병원에 남아 계속해서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들이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끝이 나든 안 나든, 혹은 어떻게 끝이 나든, 그 결과 고통받아야 하는 건 환자다.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행보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환자들은 지금 사태의 빠른 종결뿐 아니라, 재발 방지를 원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지만, 혹시 다시 생기더라도 환자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진료지원인력을 합법화해야 한다. 의료인 집단행동 시에도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동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전면 휴진과 무기한 휴진으로는 결코 이 사태를 타개할 수 없고, 재발을 방지할 수 없으며, 재발했을 때의 대비책도 도모할 수 없다.

 

이에 오늘 이 자리에 모인 92개 환자단체들은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의 전면 휴진무기한 휴진 결정을 규탄하며, 다음 세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 서울대병원 비대위와 대한의사협회는 무기한 휴진전면 휴진 결정을 지금 당장 철회하라.

. 정부는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 상황에서 위태로운 법적 지위 하에 일하고 있는 진료지원인 력을 합법화해 환자에게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라.

. 국회는 의료인 집단행동 시 응급실, 중환자실, 분만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정상 작 동할 수 있도록 관련 입법을 추진하라.

 

2024 6 13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중증아토피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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