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이광철 변호사의 헌법재판소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담은 기고를 게재했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헌재)는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사건에서 윤석열에 대한 파면을 선고했다(2024헌나8). 헌정질서의 관점이고 참으로 다행이다. 그런데 TV로 생중계된 파면 선고에서 문형배 재판장은 '국회, 정부와의 관계에서 대화·타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들으면서 이것이 어떤 맥락인가 궁금했다. 언론도 헌재의 이런 설시를 보도하면서 '헌재가 야당을 꾸짖었다'고 표현했다. 결정문의 해당 부분을 찾아 봤다. 기가 막혔다.
이 대목 헌재의 결정 이유는 아무리 그 설시를 선해하고, 일부 불가피한 점이 있다고 하여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음 세 가지다.
첫째, 헌재는 윤석열의 계엄 선포 행위에 있어 그 의도와 목적을 선의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헌재는 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언급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셋째, 헌재가 이와 같은 윤석열의 계엄 선포 이유를 설시하는데 선행한 사실관계 언급이 극도로 불균형하고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헌재 결정을 포함한 법적 판단의 메커니즘은 단순하게 말하면, i) 사실의 인정이 있고, ii) 그 사실에 터잡아 어떤 법적인 효과를 부여할 것인가 하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대통령을 파면할 것인가라는 법적 효과의 검토에 선행하는 사실의 인정은 그 파면 여부의 결정이 정당한 것인가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것이어야 하며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 변호사로서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사법적 판단이 불신을 받는 대개의 경우는 사실의 인정이 자신들이 내린 결론에 부합하는 것들로만 이뤄지고, 그 결론에 장애가 되는 사실관계를 외면하는 경우들이다. 헌재의 이 대목 결정 이유가 바로 이에 해당한다.
헌재가 설시한 야당의 위와 같은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의 행위들이 옳다거나 정당하다고 무작정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야당의 그러한 행태들도 모두 이유와 근원이 있다. 윤석열의 검찰 및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동원한 폭압 통치, 야당 대표와 전임 정부에 대하여는 쇠방망이를 휘두르고, 자신의 배우자와 측근 등에게는 어떤 형사조치도 불가하게 하는 철저한 이중성,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사망 사건에서 보이는 극도의 무능·무책임한 행태, 부안 잼버리, 부산 엑스포 유치 등에서 보이는 무능력, 무책임 등을 다시 논할 필요조차 없다. 경제의 무능과 실정, 우크라이나 문제 등 대외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은 윤석열의 실정과 무능, 극도의 이중적이고 편향적인 수사권 남용 등의 문제는 이번 헌재 결정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국회의 탄핵 소추인측이 탄핵 사건의 심리에 소요되는 시간의 장기성을 감안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소추사유에서 제외했기 때문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여도 위와 같은 헌재의 결정 이유가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가 위와 같은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와 예산안 심사에 있어서의 행위들을 탄핵 사건에서 언급할 것이었다면, 그 야당의 행태를 초래한 윤석열의 선행하는 혹은 얽혀 있는 반대행위들도 균형있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설시를 했어야 했다.
사실관계를 극도로 불균형, 불공정하게 언급한 다음 윤석열의 계엄 선포행위가 선한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라고 쓰는 헌재의 위와 같은 설시는, 헌법 재판관들은 도대체 윤석열 정부 시절 어디에서 살다가 오신 분들인가 하는 깊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