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는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13일 공개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의 역사와 행사 사유> 연구 보고서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사용할 때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입법권이 침해돼 권력 분립 원칙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헌재 산하 기관으로, 향후 헌법재판으로 다뤄질 수 있는 쟁점을 미리 연구해 헌재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보고서를 집필한 장효훈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헌법에서 '거부권 행사 요건'을 명시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헌법 제53조 제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같다"고 기재돼 있지만 이의서에 어떤 내용을 포함해야 하는지 기록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거부권 행사 남용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헌법 개정, 법률 제정 등이 언급되지만 장 책임연구관은 "제도적 개선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이미 여러 번 좌절됐고,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면 대통령의 서명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장 책임연구관은 "결국 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선 대통령 스스로가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 국회에서의 논의를 존중하고 거부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파적으로 또는 무분별하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와 협치를 통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법률안을 헌법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위반 조항이나 헌법상 원칙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바람직하고, 정책적 사유로 거부할 경우 법률안의 문제점을 논리정연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장 책임연구관은 미국 의회가 거부권을 남용한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시도한 사례도 소개했다. 미국의 10번째 대통령인 존 타일러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의회의 법률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다 탄핵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