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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00-7070' 전화한 건 대통령 아니다?

by gambaru 2024. 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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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9일 열린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외압의 출발점인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의 '02-800-7070'로 자신의 휴대폰에 걸려온 전화에 대해 누가 걸었는지, 어떤 내용인지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날 이 번호 발신 기록 등을 토대로 대통령이 전화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져가고 있고, 이날 청문회에서도 이종섭에게 그 전화를 대통령이 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대통령인지 누구인지도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날 이 통화와 관련해 지난달 열린 법사위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범철 차관이 묘한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 차관은 경찰로 넘어간 해병대 수사기록이 회수되던 8월 2일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를 한 인물입니다. 그는 이 통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때도, 이날 법사위 탄핵소추 청원 관련 청문회에서도 내용을 밝히기를 거부했습니다.

다만 입법청문회 때에는 지난해 8월 30일 국회에 출석해 7월 31일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는데 이게 사실이냐고 따지는 장경태 의원의 질의에 사실이라면서 그렇게 대답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아래 내용입니다.

 

장경태 "신범철 전 차관이 2023년 8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답변하신 거 잘 알고 계시죠?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를 했느냐는 질문에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장관계 여쭤봤다고 답변하셨습니다. 사실이 아니죠? 여쭤본 건 맞습니까?"

 

신범철 "여쭤봤습니다"

장경태 "근데요. 장관이 차관에게 거짓말했습니까"

신범철 "통화한 게 없다고 말씀하셨고. 7월 31일 상황이었고. 저는 그걸로 이해해서 그렇게 답변 드렸습니다"

장경태 "8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질문을 드렸잖아요"

신범철 "7월 31일날 대통령께서 장관과 통화를 했냐 그런 취지로 이해했고, 제가 출발을 하기 전에 국회를 제가 대신 가게 돼서 장관님께 말씀을 드렸습니다. 혹시 그날 뭐 통화한 게 있느냐 그래서.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저는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차관이 거짓을 꾸며서 말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이종섭이 차관에게 그 날 통화에 대해 진실을 말한 것이라면 이종섭은 대통령실 전화를 받긴 했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종섭은 이 전화를 받고 약 3분 통화한 뒤 끊자마자 바로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수사 기록 경찰 이첩 보류와 언론 브리핑 취소를 지시했습니다. 장관이 대통령도 아닌 누구의 지시를 이처럼 신속하게 이행할 수 있을까요. 이종섭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까요.

 

대통령이 7월 31일 오전 이 전화를 썼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이날 '800-7070'으로 발신된 통화기록의 시간을 봐도 그렇습니다. 오전 10시대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3번의 전화가 갑니다. 수석비서관 회의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원 장관에게 직접 철근 누락 아파트 전수조사 지시를 했다는 기사가 있으니 대통령이 이 전화로 바로 통화를 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11시 조금 지나 조태용 안보실장과 이 전화로 통화한 부분입니다. 이날 안보실 회의는 11시께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조 실장이 회의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만약 조 실장이 이 회의에 불참했다면 800-7070으로 대통령이 전화를 거는 것은 논리적으로 가능합니다. 하지만 조 실장이 이 회의에 참석했다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혹시라도 회의 참석 진전의 통화일까요.

이 전화를 쓴 사람이 대통령이 아닌 다른 누구일 수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이런 모순은 해결이 됩니다. 대신 원희룡 장관에게 한 전화는 그럼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만약에 대통령이 원 장관에게 직접 지시한 전화는 다른 번호이고, 800-7070 전화는 그 사안과는 무관한 다른 누군가의 다른 용건의 전화라고 한다면 문제가 없어집니다.

다만 이 경우도 평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동안 대통령실에 있는 전화로 국토교통부 장관, 안보실장, 법률비서관, 국방부 장관에게 잇따라 전화할 만한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이 통화에는 얼마나 놀랄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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