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출발점과도 같은 대통령실(02-800-7070)과 이종섭 국방부장관의 2023년 7월 31일 오전 통화 직전 이 대통령실 유선번호로 2통의 다른 통화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의 조태용 안보실장과 주진우 법률비서관입니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02-800-7070 번호로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9일까지 전화를 건 기록은 모두 7차례라고 합니다. 이 기록은 모두 이 전 장관이 채 상병 사건 이첩 보류와 언론브리핑 취소를 지시하기 전인 지난해 7월 31일에 몰려있습니다.
먼저 오전 11시 9분께 이 번호는 조태용 실장에게 연결되어 31초가량 통화를 합니다. 이어 오전 11시 43분에는 주진우 비서관에게 전화해 약 44초 통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10분 뒤 이종섭 장관에게 전화가 가 2분 48초 통화합니다.
이 전 장관은 이 전화를 끊고 바로 군사보좌관의 전화기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이날 오후 곧 열릴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가 받은 02-800-7070 전화를 수사 외압의 시발점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02-800-7070 전화는 개통자 명의가 대통령 경호처로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JTBC가 공개한 채 상병 수사 외압 관련 공익신고자의 녹취록에는 김용현 경호처장이 사건의 중요한 배후 인물이라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대통령 경호처 출신 송모씨와 공익신고자가 이 사건이 한창 언론에 오르내리던 올해 6월 30일 통화에서 송씨는 "그 모든 배경에는 지금 현 경호실장(경호처장)으로 있는 김용현이 있잖아. 군 인사와 군 문제와 군 관련 거기가 다 이렇게 만들어 놨다고 그러더라"라는 말을 합니다.
이에 대해 공익신고자인 김규현 변호사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때(통화시)는 카톡방 보도가 나가고 나서 그 분(송 씨)도 많이 당황하시고 '관여가 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부인하시던 이후"라며 "그런데 갑자기 저녁에 전화가 걸려 와서 이 말씀을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송 씨의) 의도를 모르겠다. 갑자기 그 말씀을 하시니까"라며 "제가 '그러면 어떤 구체적인 정황이나 그런 게 있는 겁니까'라고 여쭤봤더니 그런 건 또 아니라고 하더라. 그냥 그 쪽을 유심히 살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명의가 대통령 경호처이니 경호처 관련 사람일 수 있을 것인데 마침 최근에 경호처장과 관련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겁니다. 그럼 경호처장이 안보실장에게, 법률비서관에게, 그리고 국방부장관에게 채 상병 수사 외압 전화를 한 걸까요. 뭔가 좀 이상합니다. 더 윗선의 누가 시켜서 심부름을 한 걸까요.
그런데, 이 전화 명의를 다시 살펴 보면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전화의 명의가 처음부터 '대통령 경호처'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원래 명의는 '대통령실'이었는데 지난해 5월 23일 '대통령 경호처'로 변경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채 상병 사건 이전이니 이와 관련되었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전화를 실제로 누가 사용했는지, 그리고 왜 명의를 변경했는지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