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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 이유에 대한 3가지 해석

by gambaru 2024.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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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서 등장한 'VIP 격노설' 의혹이 공수처 수사로 실체가 드러날 것 같습니다. 해병대 사령관에게서 들었다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발언으로 이 내용이 알려진 것은 벌써 한참 전이지만 그 발언을 했다는 해병대 사령관은 이를 부인해 왔습니다. 최근 공수처 소환조사가 시작되면서 박 대령 말고도 사령관의 이 발언을 들었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결정적으로 공수처가 이와 관련된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발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런데 'VIP 격노설'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누구나 궁금해했듯, 왜 대통령이 사건 책임자 중 한 사람에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포함되는 것에 대해 화를 냈느냐는 겁니다. 지금까지 나온 이런 저런 추측들을 3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년 전 수해 때 진 빚이 너무 컸다

채 상병 사건이 있기 1년 전 8월에도 전국에 수해가 심각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반지하 침수로 사망자가 났는데 정부의 대응, 특히 대통령의 처신이 계속 구설에 올랐습니다. 이어 9월에는 태풍으로 또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포항에 피해가 집중돼 침수된 인덕동 지하주차장에서 10여 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현장에 해병대 1사단 장병들이 투입돼 장갑차와 고무보트로 27명을 구조해 화제가 됐습니다. 불이 난 포스코 화재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는 소방대원들도 지원했습니다.

정부의 수해 대처가 기민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해병대가 어느 정도 바꿔준 셈이 된 겁니다. 그때 해병대에서는 1사단장이 대통령을 구했다는 말까지 돌았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도 당시 1사단의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태풍 피해 상황 점검 회의를 하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물론 임성근 1사단장과 통화를 해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심지어 포항 수해 현장을 방문해 임 사단을 동행해 해병대원들을 격려도 했습니다.

신세라면 신세를 진 대통령은 1년 뒤 똑같은 수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으나 사고로 병사를 잃은 사건을 두고 사단장까지 처벌할 일인가 하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수사 인과관계에 대한 검사적 불만

채 상병 사건 수사를 맡았다가 항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정훈 대령을 변호하는 김정민 변호사는 최근 JTBC에 출연해 VIP가 격노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 추측을 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수사 결과 보고를 받았을 때 왜 사단장까지 처벌해야 하는지가 납득이 가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7월 31일 보고 받는 과정에서 뭔가 법리적인 의문점이 들어서 질문하다가 그 질문에 국방 장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해서 점점 더 화가 났을 수 있다. 제 판단으로는 처음에는 단순 격노다 이런 쪽에 비중을 뒀던 이유가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보고 내용을 보면 사단장의 과오를 얘기하는데 그게 사망과 무슨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다. 수색 정찰을 늦게 알려줬다든지, 출발 전에 안전장구를 챙기게 하지 않았다든지, 현장 지도를 하면서 안전을 강조하지 않고 군기를 강조했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도대체 인과관계에 대한 과실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 있고 그래서 물어 볼 수 있다. 정말 이게 다냐는 식으로.

거기에 대해 제대로 답을 할 수 있는 건 기록을 본 전문가여야 한다. 아무도 그 답을 할 수 없다. 기록을 안 봤으니까. 수사 보고서에 있는 내용은 간추려진 것이지 전부가 아니다. 수사 실무자에게 물었으면 좀더 구체적인 답이 나왔을 텐데. 하물며 장관은 지휘관도 아닌 2차, 3차 지휘관인 셈인데 내용을 잘 파악 못할 거 아니냐. 그러니까 점점 더 대통령이 화가 폭발한 거 아닌가 생각했다. 대통령의 진노가 너무 강하다 보니까 그 이후 조치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고 과도하게 된 게 아닌가 생각했다."

구명을 위한 로비 또는 비선 작동

그런데 김 변호사는 두 번째 가능성으로 "누군가 이 수사의 결과를 왜곡해서 대통령께 미리 언질을 준 거 아니냐. 해병대 수사를 하고 있는데 이건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서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거셔야 한다는 언질을 미리 준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최근 나온 증거 자료를 볼 때 이 후자 쪽이 가능성이 더 높은 거 같다고 말합니다.

"첫째 이첩이 강행된 직후에 너무 대통령실이 빨리 등장한다. 8월 2일 11시 13분에 이첩이 됐다는 보고가 장관한테 들어갔는데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물밑 작업을 다 끝내고 국수본에 있는 총경이 경북청 수사부장에게 전화한 것이 12시 40분이다. 1시간 반 만에 공직기강비서관이 알고 비서관실 밑에 있는 경정이 국수본에 전화까지 해서 조율을 다 끝낸다. 굉장히 짧은 시간에. 이첩되기 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7월 31일 이첩 보류되고 나서 국방장관에게서 받아 적어 왔다는 해병대 부사령관의 메모를 보면 도저히 이해 안 되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갑자기 그 지시사항에 1사단장의 휴가 얘기가 나온다. 형식적으로 휴가로 정리하라는 강조 사항이 있다. 그때 누구도 임성근 사단장과 소통하는 사람이 없었을 텐데 어떻게 휴가가 필요한지 아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당일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인사 명령의 흐름을 보면 7월 31일 11시 17분경에 사령관 명의의 사령부로 와 있으라는 파견 명령이 있었다. 이첩 보류 뒤 파견 명령이 취소된다. 그러다 보니까 7월 31일 오전에 임 사단장이 아무 근거 없이 쉰 셈이 되었다. 출근을 안 했다. 그 아무런 근거 없이 출근을 안 한 공백을 메워주겠다고 휴가로 처리하라는 것이다. 중요한 팩트도 아닌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렇게 흔적을 없애라는 지시가 그 급박한 상황에 들어가느냐. 장관이 그 디테일을 알까 법무관리관이 알까. 그런 지시사항이 들어간 것은 미리 뭔가 준비된 거 아니냐는 거다. 만약 로비라고 한다면 그 목적을 위해 대통령의 격노가 유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누가 이런 로비를 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김 변호사는 "그건 공수처나 특검이 조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기록을 보면 대통령의 격노 때문에 이첩이 강행된 직후에 용산에서 이첩 기록을 뺏어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건 증거로 다 확보된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게 순수한 마음에서 처리 과정에 불만을 가졌던 건지, 아니면 뭔가 불순한 경로 부적법한 경로로 구명활동이 된 것인지 이게 남아있는 과제다."

김 변호사는 이어 "현재 기준으로는 로비가 더 무게가 간다. 왜냐하면 7월 31일 급한 지시사항에 1사단장의 휴가가 챙겨져 있던 모습이랄지, 그에 앞서 7월 30일 장관에게 보고한 다음에 움직임들을 자세히 보면 그때 집중적으로 대통령실에서 장관 보고서를 원한다. 굉장히 집요하고 다방면에 걸친 압박이 들어간다. 이건 통상적이지 않다. 더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7월 28일 오후에 갑자기 포항지청 검사들이 기록을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었다 해병대 검찰단에. 대통령의 7월 31일 격노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단순 격노였다면 그 앞의 이런 이상한 징후는 설명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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